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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바디스: 로맨틱 코미디에 좀비같은걸 끼얹나? (결말 스포일러)

Badack 2019. 9. 20. 16:24

 

영화 '웜 바디스'를 보았다.

군대에 가기 전, 엑스맨 프리퀄을 정말 열심히 봤는데

거기서 인상깊었던 행크 맥코이, 니콜라스 홀트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고 해서 기억에 남았다.

당시 나는 전설이다 소설을 읽고 있었던 터라, 저런 감정을 느끼는 좀비물? 에 대한 좋은 기억도 있었고.

여튼간 몇 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보았다.

크아아앙 거리는 좀비물을 기대하고 봤으나......

 


결말 스포일러가 있다.

나쁜 영화는 아니지만, 이야기 할 것이 결말을 제외하곤 어렵다.

슈렉이 읽어주는 동화 수준의 설정

좀비들이 생겨난지 8년 후가 배경인데, 좀비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safe zone 밖으로 나갔지만 좀비들에게 잡혀서 대부분 죽게되고, 그 와중에 좀비 R은 여자주인공 줄리의 남자친구의 뇌를 먹는다. (설정 상 뇌는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좀비가 제일 선호하는 부위다.) 줄리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좀비 R에 의해 안전을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좀비 거주지로 끌려가게 된다.

사고가 가능하고 감정이 있는 좀비 R은 말도 못하고 겨우 걷는게 다인 좀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LP판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텅 빈 비행기 안을 자기의 애장품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좀비 갬-성을 지닌 R을 보며 줄리는 감동을 받고, 점점 사람과 비슷해져가는 R을 통해 좀비와 사람 사이의 이해를 만들어 두 무리를 하나되게 한다는 해피엔딩까지.

'슈렉'에서는 동키와 슈렉이 대충 급조한 동화 스토리들이 종종 등장한다

아니, 영화 시작부터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고 나오는데. 이렇게 스토리가 불성실해도 되나 생각했다. 딱 슈렉이 아이들에게 시간 때우기 용으로 급조해서 만드는 동화 이야기들같은 수준.

1. 좀비가 있었는데

2. 사람이랑 눈이 맞아서

3. 결국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게 뭘까.... 싶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좀비물이 아니다. 틴에이지 로맨틱 코미디다.

내가 잘못 기대한 것이 있다. 이 영화는 좀비가 나오기만 할 뿐,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네이버 영화 설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좀비 ‘R’과 ‘줄리’의 유쾌하고 치열한 로맨스가 시작된다! 

네이버 영화

 

내가 시놉시스를 읽지 않고 영화를 보는 습관이 있어서 이런 대참사가 생겼던 걸까. 그렇다. 이 영화는 로맨스물이다. 그것도 로미오(R)와 줄리엣(줄리)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로맨스물. 좀비라는 설정은 영화중 코미디 요소를 불어넣어주는 정도로 그친다.

그렇다.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같은 좀비영화와 끊임없이 대조하려고 했던 내가 잘못했던거였다. 이 영화는 태생부터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이 비행기에선 말 못하는 좀비가 서빙을 담당합니다. 맥주도 드린다구요.

 

생각 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딜레마

영화에서는 몇 개의 딜레마들이 나온다. 스타워즈에서의 'I'm your father'로 갈등하는 스카이워커, 쏘우 시리즈에서 계속 나오는 딜레마와 선택의 순간들. 이런 딜레마들은 관객에게 '너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집중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웜 바디스가 선택한 딜레마와 그 해결 방법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충분히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딜레마임에도 불구하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몰입을 위해서 (마치 별것 아닌 것 처럼) 한 번에 정리해버린다.

1. 내 친구를 죽인 좀비와 같이 있을 수 있겠냐 -> 이불도 덮어주고, 노래도 틀어주고, 맥주와 밥도 가져다주는 좀비는 문제가 아니다!

2. 내 남자친구를 죽이고, 그 행세를 하는 좀비는 괜찮은가 -> 감정이 좀 상하니, 돌아누워서 자겠다.

3. 비감염자 지역에 좀비가 들어왔다 -> 좀비를 씻기고 화장을 시켜서 ㅋㅋㅋㅋ 사람처럼 만들자.

4. 거의 사람이 다 된 R이 총에 맞았다 -> 피가 안 나는 좀비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네! 이건 평화의 상징이다!

문장으로 쓰니, 나사가 많이 풀려있는 영화라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든다. 그래, 이건 하이틴 로코물이니깐.

이 사진으로 이 영화의 나사풀린 분위기가 설명된다. R에게 '야 이게 좀비짘ㅋㅋㅋ'하고 비웃는 줄리

 


통통튀는 로맨틱 코미디를 애초부터 기대했다면, 조금 다른 감정으로 영화를 보았을 수도 있겠다. 좀비와 사람 사이의 통통 튀는 밀당처럼.

근데, 난 로코를 좋아하지 않잖아? 아마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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