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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 B급 감성의 메이저화

Badack 2020. 10. 4. 14:17

몇 주째 예약 목록에만 있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소설. 결국 9월 25일이 되서야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버스에도, 지하철에서도, 유튜브에서도(심지어 요리채널까지!) 광고를 볼 수 있었던 보건교사 안은영. 믿고보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보았다.

 

설정 같은거 사실 궁굼하지 않잖아

이 드라마는 국내 드라마에서 각별하게 나타나는 '모종의 계기'에 대한 언급이 정말 없다. 왜 안은영에겐 능력이 있는것인지, '그 단체'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왜 학생들은 저런 비현실적인 모습에 의아해하지 않는것인지 등등.

 

심지어 주연이 아닌 조연 캐릭터들은 한 개 에피소드에만 등장하는 단편집의 라이벌 쯤으로 비춰진다. 다음 화로 넘어가면 비중이 공기처럼 되버리는 그들은 사라져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무책임한 설명이 이 드라마의 컨셉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원작자가 '재미만을 위해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던데, 그 컨셉에는 충분히 부합한다. 또한 넘처흐르는 B급 감성때문인지 애초에 큰 플롯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재미있게 보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키드갱 시즌2 0화 中

붉은악마 세대때 연재가 중단된 비운의 만화 '키드갱'은 2012년 네이버 웹툰에서 재연재를 시작한다. 피쳐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브라운관TV가 LED 60인치 티비로 바뀌는 상황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그냥 그런가보다 하라' 라며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결과는 엄청난 응원과 작가의 제2의 전성기의 시작.

 

이처럼 우리는 정교하고 세밀한 설정속에서 피로했던게 아닐까.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레트로트 음식같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라는 조금 부실한 설정이지만 간편하고 재미있는 컨텐츠야말로 지금 세대의 입맞에 맞는 것일수도.

 

빼앗긴 찐따 감성

드라마를 보다보면 인상깊게 들리는 노래가 있다. 무려 OST.

@각본 유튜브

무슨 노래인가 했더니 ㅋㅋㅋㅋㅋ 젤리 입장에서 부른 노래다. 가사라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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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다 잽싸게 도망가자

죽게 생겼다 잽싸게 도망가자

다른 노래는 가사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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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보건교사다

나를 아느냐 나는 안은영

 

이게 말이 되나 싶다. 뭔 OST가 이러나 싶다만... 최근 트렌드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B급 감성이 메이저 문화로 상승한 지금, 이런 노래야말로 큰 흐름의 대세에 가깝다. 아래의 예시를 보자.

 

@스튜디오 좋  2020 쇼릴

빙그레우스와 홀맨을 부활시킨 그 곳이다. 5년전만 해도 합필갤에나 있을 법한 약빤 영상들이라 하겠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메이저 광고로써 승부를 보고 있다. 

광고주, 제작자, 소비자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스튜디오 좋.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것이겠지만 일단 성공한 것임은 확실하고 이게 먹히는 시스템이라는 것 또한 시장이 증명해줬다. 이전에는 혼자 킬킬거리면서 몰래 보는 영상이였다면 그것이 유튜브로, 바이럴로, 지상파로 진출하는 영상들로 변모해가고 있는것이 아닐까. 

 

'좋'같은 광고를 만든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대표

 

짜증나는 중독성

매화 끝날때마다 짜증난다. 아니 왜 이렇게 끝나? 보다는 아 쫌.... 왜이렇게 짧은거야! 하면서 다음화를 바로 보게 되는 중독성. 너무 흥미지진해서 다음화를 보게만드는 그런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데 그걸 이렇게 넘어간다고? 싶어서 보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할까. 1화를 봤다면 짜증이 나서라도 2화를, 3화를 보게되고 어느순간 6화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억 소환

어릴적 문방구에서 사먹었던 캔디들이나 과자들처럼, 건강에 하등 쓸모없고 입천장 다 까지고 혓바닥까지 푸르딩딩하게 만드는 말 그대로 '불량'한 과자들. 짜증남은 분명한데 손에 동전만 있으면 또 먹고싶어진다. 사실 그렇게 자극적인 맛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먹었던 이유는 그 '짜증나는 중독성'에 있지 않았을까.

담배를 피질 않아서 담배중독으로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술은 좀 비슷한 것 같다. 숙취가 있을거란걸 알면서도, 내일 아침 출근하면서 '다신 술 이렇게 안마신다'라고 말할 것을 알면서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우리들의 모습. 그 짜증나는 중독성이 안은영에게 있다.

 

 

 

 

영문 제목은 'School Nurse Files'로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글 제목이 훨씬 임팩트 있는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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