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movie, drama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 : 노스탤지어를 받아들이는 어른

Badack 2020. 12. 27. 20:37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

 

영화는 포스터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늘 포스팅을 쓸 때는 맨 위에 포스터를 띄워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다르다. 포스터보다는 저 사진 한 장으로 모든게 설명할 수 있다. (포스터가 구린것도 한 몫 한다)

 

현대인의 노스탤지어

흔히 노스탤지어, 향수병이라 하면 해외파견을 나가있는 근로자나 병사들을 떠올린다. 우울증이나 분리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라 정신의학쪽에서 꽤나 관심있게 다루는 병이라고. 

 

그리움이 커지면 현실 자각에 대한 붕괴로 이어진다

이 영화에서는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영화는 2001년에 개봉했다)이 20세기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맞춘다. 과거의 아날로그가, 그 때의 커뮤니케이션이 그리워서 20세기를 현재에 덧씨운다는 내용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다. 

 

2020년 우리도 20세기를 그리워한다. 탑골뱅크를 듣고, 싹쓰리와 박문치에 열광하고, 델몬트 유리병을 웃돈주고 사고 있는게 요즘 트렌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뉴트로 현상을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본 적도 없고 들어보지도 못한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는 그들에게 참신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노스탤지어라고 말하기에는 어색하다.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또는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 하는 것을 의미하는 노스탤지어. 우리는 무엇을 그리워할까. 가끔 인스타나 페이스북같은 커뮤니티들을 보다보면 아래와 같은 짤들을 볼 수 있다. 

 

ㅇㅈ

영화 속 노스텔지어는 뉴트로보다는 이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구글에 90년대생 공감을 치면 170만개의 검색결과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기억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우리가 어릴적 먹던 불량식품, 학교 앞에서 하던 게임기, 컴퓨터실에서 몰래하던 스타크래프트나 피카츄배구를 그리워하듯, 60-70년생인 영화 속 어른들도 홀린듯이 딱지치기를 하고 팽이를 돌렸지 않을까.

 

노스탤지어를 받아들이는 방법

뭐 이쯤 보면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노스탤지어를 일으키는 원흉이였던 '20세기 향기'을 짱구 아빠의 발냄새로 물리쳐서 현실로 돌아온다만,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런 발냄새가 준비되어있지 않다. 영화를 보고나서 내 학창시절이나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이 더 그리워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영화 하나를 겉핥기로 보자.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현실에 지쳐있던 남자는 자신이 황금기로 여기던 1920년대로 우연히 타임슬립하게 되며 그 곳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현실(1920년대)에 지쳐있었다. 1890년대를 황금기로 여기던 여자는 남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1890년대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여자는 자신이 동경하던 시대에 자리를 잡지만,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며 '마냥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현재를 부정했기에 생기는 것' 이라며 다시 현대로 돌아온다. 

(물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나오는 과거시대에 대한 그리움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노스탤지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과거의 행복함을 그리워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니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정말 현재가 거지같아서일까? 내 삶이 팍팍하고 하찮기때문에 과거가 그리운 것일까?

인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순간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보낸 시간을 떠올려보자. 그 행복한 순간에도 우리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동경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는 그냥 하나의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그리울 순 있지만 지금보다 낫다고 생각하거나 동경을 하진 않을것이다. 

근데 이를 어쩌지.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썩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일해봤자 학자금대출로, 각종 공과금과 카드값으로 텅장이 되어버리는 내 계좌를 보면 행복은 나와 먼 곳에 있다는 확신이 든다.

 

다시 짱구로 돌아와서, 그런 우리에게 짱구 아빠는 일침을 날린다.

 

우리 가족들과 함께 미래에서 살아갈 것이다!

내 인생은 그렇게 하찮은 삶이 아니야!

가족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너한테 알려주고 싶을 정도다!

 

사람마다 해석은 다를 수 있다만, 나는 이 멘트를 미래에 대한 기대로 받아들였다. 현실이 거지같아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들(여자친구, 가족, 반려동물 등등) 이 내 옆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앞으로 더 행복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보여준다.

 

 

행동심리학에서는 기대를 되게 값어치 높게 평가한다. 사람이 기대를 품게 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은 곧 습관이 되며, 그 습관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이야기한다. 행복한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면 언젠간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미래의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짱구 어른제국의 역습 명장면에 대한 해석 | 유머 게시판 | 루리웹

      21세기를 되찾고자 짱구가 계단...

bbs.ruliweb.com

 

이 영화의 백미였던 계단씬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깊다. 카메라 워크만 생각했었는데 엘리베이터-계단의 대비는 신선하다. 위 블로그에서 계단씬에 대한 해석을 보자.

 

비록 현실이 거지같고 너무 힘들어도 지금 이 순간을 잊으면 안된다. 행복한 사람이 될 자격은 지금의 힘듬을 굳이 받아들이며 추진력을 쌓는 사람에게 주여지지 않을까. 시간에 발맞춰 뛰다보면 절대 올라가지 못할 것 같은 곳도 이미 올라가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을 포기하지 말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