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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로나 확진 넷째 날. 의지박탈

Badack 2021. 3. 5. 22:44

어제 잠을 좀 늦게잤더니 아침에 눈을 뜨는게 쉽지는 않다. 물론 아직 긴장상태(훈련소의 신병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다보니 방송이 나오면 즉각 눈이 떠지지만, 오늘 처음으로 아침 배식시간 7시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9시 자가진단을 할 때 혈압재면서 김밥을 처묵처묵.... 나름 이 생활도 익숙해저가나보다 싶다.

 

못다이룬 잠을 자고싶어서 누워보았으나 그게 내 뜻대로 될 리가 있나. 회사에서 내 팀의 빵꾸를 대체하기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계속 연락이 온다. 금고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연결은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 등등. 화면 너머로 감독님 얼굴도 살짝살짝 비치는 걸 보니 '야 전화해 그냥! 어짜피 쉬고있을텐데' 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다행히 10번정도만의 전화 끝에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었고, 나는 잠잘 시간을 놓친 채 점심 배식을 기다리게 되었다.

 

밥이 점점 이상해진다. 그래도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점심은 정말 못먹을 느낌이었다. 강된장+두부+누룽지 식단이었는데 차마 사진을 다시 보고싶지 않을정도의 호러블한 맛이었다. 엄마도 나도 저녁을 기대했지만, 저녁으로는 입맛파괴조합이 나왔던지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코리안특급병기, 신라면 매운맛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존맛탱.

 

 

 

어제만해도 운동을 해야지, 공부를 해야지 라고 외쳤던 나였지만 생각보다 내 의지는 쉽게 박탈되어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뻐근한 몸을 풀어주기 위해 살짝 운동을 하고 샤워를 했건만 어제의 그 두드러기가 다시금 올라왔다. 구글링을 좀 해보니 COVID-19로 인한 피부병변 케이스가 꽤나 많다.

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221337/

아직까지는 내 케이스가 정확히 어떤 케이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을 때 발병했다는 것.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샤워를 할 때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충 느낌은 콜린성 알러지와 비슷비슷한 느낌인데, 코로나가 내 면역체계를 부셔놔서 없던 알러지까지 생긴건지는 잘 모르겠다. 부디 이원화 된 이슈이길 바랄 뿐. 

 

여하튼, 그놈의 두드러기가 올라오니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면서 많은 의욕들을 한 번에 잃어버렸다. '콜린성이라면 급격한 체온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것일텐데, 그러면 운동은 아무래도 피하는 것이 좋겠지.' '운동하면 땀 흘리니깐 샤워하고 싶어질꺼야, 그러니 운동은 패스하자.' 등등 수많은 합리화 이유들이 머리에 떠다닌다. 그냥 이런 생각 하는것 조차 버거운 것 같아서 상주 의료진에게 떠넘겨버렸다. 24시간 밀착마크하고 있는 의료진이 현 상황을 알고있을테니, 어떻게든 조치해주겠거니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기로 했다. 내가 아무리 걱정하고 구글링한다해도, 의료진들의 집단지성보다는 못할테니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심각한거면 약 세 개 추가하는걸로 안끝났겠지?

 

 

덕분에 오늘의 일정중 많은 부분들이 꼬여버렸다. 그냥 엄마랑 TV 정주행만 하다가 하루가 끝난 느낌적인 느낌. 내일은 몸도 좀 움직이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싶은데 약간의 동기부여만으로도 할 수있는 무엇인가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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