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ger/23 Kuala lumpur, Langkawi

D+4 제트스키, 썬번, 그래도 먹을건 못참지

Badack 2023. 7. 25. 03:07

새벽부터 몸이 안좋아서 토하고 설사하고 난리도 아니였다.

알고보니 어제 그 피곤한 몸으로 위스키를 반병 가까이 혼자 마셨고 ㅋㅋㅋㅋ 당연히 술병이 나버렸던 것.

새벽 5시 무슬림들의 아잔(기도 낭송) 방송을 들으면서 토하고... 물 마시고 또 토하고...

오늘 제트스키 예약이 9시 반이였기에 그동안 술병이 났던 경험을 되살려 필사적으로 회복하려 했다

 

그러던 중 8시가 되자 어느정도 구역질이 나오지 않아 체력만 회복되면 가능하겠다 생각했는데

이럴수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앞이 안보일정도로 강한 빗줄기가 내려서 오늘 제트스키는 물건너갔겠구나, 어떻게 여행사에 연락해서 딜레이 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근데 역시 동남아는 동남아인가보다. 구멍 뚤린 것 같은 하늘은 30분도 안되서 다시 맑아졌고 우리는 그랩을 불러서 제 시간에 맞춰 체낭 비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분명 여행일정 내내 강한 비와 뇌우가 동반된다고 해서 좌절한 여행이었건만 단 한 번도 가져온 우산을 꺼낸 적이 없다! 어쩌면 나와 Choi중 한 명이 날씨 요정이었을지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서 제트스키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체낭 비치 중앙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업장이었으며

오늘 일행은 말레이시아 20대 여자 두 분, 백인-중동 커플 한 팀, 그리고 나와 Choi로 구성되었다.

 

모든 일행이 도착하고 서약서(사고가 나도 책임을 물지 않겠다는 협박성이 다분한 서약서)를 작성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오늘의 가이드 친구가 제트스키 타는 방법과 지켜야 할 룰들, 손 사인 등을 설명해주었고

모인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제트스키를 탈 수 있었다.

 

 

영상은 나와 Choi가 번갈아가면서 서로를 찍어주었고

위의 영상은 같은 팀으로 탔던 말레이시아 친구가 고프로로 찍어주었다.

처음에는 20Mi/h (=30km/h) 로 달리다가 나중에 끝날 때는 50Mi/h (=80km/h) 까지 당길 수 있게끔 해주었다.

 

중간중간 섬에서도 쉬고 수영도 하고 음료수도 마실 수 있었다.

음료수는 별도 비용이 들었다. 무려 한 잔에 4500원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비싼 금액의 음료였지만 참을 수 없었다.

 

 

코스의 마지막 독수리 먹이주기 프로그램은 너무너무 신기했다!

한국 독수리보다는 크기가 좀 작았지만 활강할 때 파공음을 내면서 수직으로 떨어져 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이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10시부터 2시까지 알차게 4시간동안 제트스키 체험을 했다.

체감상 1.5시간 정도는 섬에서 쉬면서 보냈던 것 같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제트스키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18만원이라는 상당히 비싼 코스였지만 나와 Choi는 오히려 이 가격이면 혜자 of 혜자 아니냐며 이걸로 모든 여행이 끝나도 괜찮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1링깃(=300원)을 주고 들어갈 수 있는 해변가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제야 몸을 살펴보니 썬번이 매우 심하게 와있었다.

Choi는 도라에몽 장갑마냥 손등이 타버렸고 나와 Choi의 허벅지 역시 화기가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썬번이 왔다.

밥 먹고 근처 기념품샵 몇 개만 들리고 빨리 숙소로 들어가 알로에로 진정을 시키자 이야기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샤워장을 가다가 냄새에 홀려서 들어간 식당은 케밥인줄 알았으나 슈와마(어벤져스 쿠키영상의 그 슈와마가 맞다) 식당이었다.

제일 먼저 칩스가 나왔고 갓 튀겨져서 나온 칩스라 역대급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튀르키에의 케밥과는 달리 슈와마는 무슬림들이 먹는 음식으로 이 식당은 레바논 출신 사람들이 만드는 슈와마 집이었다.

기본적으로 짜고 고수의 향이 강한 케밥에 비해 후추나 다른 향신료 향이 강하지만 맛 자체는 슴슴한 스타일의 케밥?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Choi가 영국에 있을 때 먹어봤다던 팔라펠 이라는 음식도 주문했는데 병아리콩으로 미트볼처럼 만들어 후무스에 찍어먹는 음식이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음식이 매우매우 맛있었지만 현지 음식보단 비싼 가격대, 음식이 나오기까지 매우 오래걸리는 시간, 어린이 돈까스 양 만큼 나온다고 말할정도의 아쉬운 양 때문에 2차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바로 옆에 체낭몰 이라는 쇼핑몰 구경도 할 겸 거기에 있는 KFC에 가서 2차 점심을 먹었다.

햄버거 말고 치킨이 먹고 싶었기에 치킨 두 조각과 칩스, 빵이 나오는 세트를 주문했고

오랜만에 먹는 진또배기 그레이비 소스를 맛본 나는 폭주하여 감자를 흡입했다. 그레이비 조아

 

그레이비 소스는 미드 프렌즈로 영어 공부를 하던 도중 1화부터 모르는 단어인 'Limoges gravy boat'가 나와서 한참을 구글링해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그레이비 소스가 뭔지 늘 궁금했었고 호주 워홀을 가서 그레이비의 참맛을 느낀 후 최애 소스에 등극했다... 는 TMI도 적어본다.

 

쇼핑몰에선 망고와 음료수 등 이것저것을 살 예정이었으나 체낭몰은 초콜릿과 술 위주의 샵만 있고 식료품점은 없었기에 바로 그랩을 불러서 숙소로 돌아왔다.

씻자마자 숙면에 들었고 야시장을 가기 위해 한시간만 자보자는 우리는 딥 슬립을 해 10시가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야시장은 9시면 문을 닫는다 해서 포기했고 이제 뭘 해야하나 또 자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발리에서 우버 이츠로 꽤나 재미를 봤던 나였기에 Choi에게 그랩 이츠로 저녁겸 야식을 주문하자 이야기했고

구글 번역을 사용하면서 야식 메뉴로 차 퀘티아우, 나시고랭아얌, 똠양 다깅을 주문했다.

차 퀘티아우는 볶음면 같은 느낌, 나시고랭 아얌은 우리가 아는 나시고랭(=볶음밥)에 아얌(=닭)이 추가된 것이며 똠양 다깅은 똠양에 다깅(=소고기)가 들어간 요리다. 

Choi는 똠양, 나시고랭, 차 퀘티아우 순으로 맛있다고 했으며 나는 똠양, 차 퀘티아우, 나시고랭 순으로 맛있었다. 감튀 빼고는 모든 메뉴가 성공적이었던 늦은 저녁식사.

 

어제 쇼핑몰에서 만원 주고 산 도플라밍고 셔츠를 맞춰입고 밤 산책을 나왔다.

햇빛이 없어진지 꽤 지난 시간이여서 지열도 거의 없고 온도도 딱 적당해서 왕복 1시간 정도를 산책하며 전날 낮에 봤던 독수리상도 다시 보고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 중반을 맞이했고 내일은 절대 낮에 나가지 말자 + 여기 교통수단엔 대중교통과 도보 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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