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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아는 것이 힘이지만 다는 아니다

Badack 2019. 11. 12. 16:02

커플이 보면 안된다던 영화, 부부가 보면 절대 안된다던 영화.

배우 게런티가 어머어머하지만 세트장 비용에서 줄였다던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았다.

 


설득력1. 압도적인 출연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출연진들이 정말 어머어머하다. 덕분에 현실적인 배우들의 반응이 관객에까지 전이된다. 

이서진이 핸드폰을 달라고 점점 화를 내는 모습, 유해진이 핸드폰을 바꾸기 위해 속사정을 이야기하는 모습, 윤경호가 자신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영화를 보고 있지만 '내 친구들도 저렇겠구나'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러한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트러블들이 일어나는 듯 하다. 조인성-김태희, 동호-손나은이 극중 커플이라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이 영화를 현실에까지 투영 시켰을까? 절대 그럴 일 없다. <조커>처럼 미디어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그럴싸함을 넘어서 관객이 납득할만한 이유와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영향력은 배우들의 연기력을 인정해주는 꼴이 되었다. 

 

설득력2. 있을법한 친구들, 있을법한 아내들

춘천에서 어릴적 시절을 같이 보낸 40살 남자들과 그들의 아내(+연인)으로 구성된 등장인물들은 노련하게 잘 구성되어있다. 조진웅 커플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부를, 유해진 커플은 가부장적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를, 이서진 커플은 가진게 많진 않지만 알콩달콩한 젊은 부부를, 윤경호 커플은 한 박자 느릴지라도 생각해보는 커플을 묘사한다. 

 

캐릭터들도 볼 수 있을 법 한데, 그들 사이의 관계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너무 깐깐하게 준비하다보니 골프치러 갈 때마다 몰래 빼놓고 가는 윤경호,

좋지 못한 대학, 번번히 망하는 사업때문에 열등감을 가지는 이서진,

정신과 의사인 아내를 두었지만 부부관계로 고민하는 조진웅,

돈 많은 김지수를 부러워하고 치우켜세워주지만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염정아,

끈끈한 관계들 사이에서 자기도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송하윤

 

현실적인 연기 속엔 현실적인 캐릭터 구성이 있었다. 이는 우리에게 더 큰 설득력을 전달해주고 커플이 싸우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나는 연애할 때 비밀이 없는 커플이 되고자 노력한다. 모든 남녀가 불륜을 저지르거나 저렇게 trash한 상황은 아니다만, 비밀을 다 아는 것이 능사는 아니구나 싶기도 하다. 

영화의 말미에서는 what if? 를 보여준다. 이 모임에서 핸드폰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약속은 어떻게 끝났을지를 관객들에게 슬쩍 보여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편이 되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먼저 말하지 않는 비밀을 내가 억지로 끌어내는 것은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구나 싶다. 킬링타임용으로 봤는데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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