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5] TFN 수령지 변경, 중고차 인스펙션, 멜로가 체질

Badack 2019. 12. 2. 23:28

TFN을 신청했더니 이런 팝업창을 보여준다. 까먹으면 안될것 같아 캡쳐해놓길 잘했어.

오자마자 신청한 TFN. 수령지를 어디로 해야할지 몰라 그냥 백패커스로 적어서 냈었다. 

근데 집을 구했으니 더이상 백패커스로 받을 이유가 1도 없어졌다. TFN는 현지에서 세금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한 번호인데, 현지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같은 위상을 가진다고 한다. 백패커스 사람들을 못믿는건 아니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 않다고 생각해 새로운 집 주소로 변경해보고자 했다.

 

TFN 발급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depth가 깊은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personal detail을 변경한다고 해서 TFN 배송이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을테니 차라리 상담사와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전화를 해봤다. (13 28 61 로 전화했다)

 

ARS의 수준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TFN 관련 문의는 1번으로 하라 그래서 따라갔더니 또 수없이 많은 ARS의 물결들... 귀에서 피가 날것만 같은데 전문 용어들이 많다보니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다. 그렇게 5분정도 ARS만 주구장창 듣다가 이게 아닌거같은데 싶어 일단 전화를 끊었다.

 

분명 한국인이라면, 나같은 케이스인데 블로그에 올린 사람이 한 명은 있을텐데 싶어 구글링을 해보았다. 역시는 역시 역시! 나를 도와줄 훌륭한 한국인이 여기 있었다.

 

 

:D+15)) TFN 주소변경, 직접 전화로 하기 (+무료통역서비스)

오늘 드디어~~TFN 주소변경을 내 스스로 해보았다.통역 서비스 없이! 사실 저번주에 이미 전화를 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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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전화기에 열심히 번호를 눌러본다. 자존심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그것보단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통역서비스가 진행될까 궁굼해서ㅋㅋㅋ 그냥 전화해보기로 했다. 한때 텔레마케터의 샛별이였던 적이 있는지라, 외국에선 어떤식으로 제3자와 대화를 주고받을지도 궁굼했다.

 

근데 뭐, 별것 없었다. 그냥 1:1:1 커뮤니케이션. 조세국 상담원이 말하면 그걸 통역사가 듣고 한국어로 알려준다. 그걸 듣고 나는 한국어로 말하면 통역사가 듣고 영어로 상담원에게 말해주는 형식. 안타깝게도, 삼자간의 통화에는 약 1초간의 딜레이가 있었는데, 이 덕분에 통역사가 한국어로 말하기도 전에 내가 영어로 대답해버리는 참사가 있었다. 통역사는 많이 당황한 것 같았으나 ㅋㅋㅋㅋ 뭐 좋은게 좋은거라고. ARS의 늪을 벗어나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압도적 감사를 드린다. 

 

더 물어보니 이미 TFN은 발송했다고. 아마 다음주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하며 전화상으로도 TFN을 읊어주셨다. very private한 정보라고 자기가 말했으면서 숫자 하나하나 읊어주는 센스라니. 일단 뭐 나중에 레터 받으러 한번쯤은 여길 다시 와야 할 듯 하다.


집을 정했으니 차도 알아봐야지 싶었다.

 

프리멘틀을 다녀온 이후로 빨리빨리 정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스가 너무 좋지만, 이 도시에서는 꼭 차가 필요하겠구나 싶은 생각. 괜히 친구들이 차없찐 차없찐 노래를 부른게 아니구나 싶었다.

 

Gumtree와 퍼참에서 중고차 매매글을 찾아본지 3일째. 대충의 견적들이 보였다. 예상한 매물은 2500-3000불 사이의 일제 차량. 여러 글들을 보던 도중, Gumtree와 퍼참에 같은 가격대로 올려놓은 매물을 보았다. 이 사람은 외국인에게도 사기칠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정말 자신이 있는 매물이겠구나 싶어 바로 연락을 하여 인스펙션을 하기로 정했다.

우리나라였으면 수호나무급이었을 나무가 여기선 아주 평범한 가로수다.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가니 만나기로 한 coles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런 저런 상태를 확인해보니 10년치 로그북도 있고 하나하나 증세를 알고있는 것을 보아선 꽤나 관심있게 차를 타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당장 거래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일단 참고 시범주행을 나가본다. 뒷좌석에 앉으셔서 이런 저런 주행 조언을 해주셔서 망정이지 스틱 잡는 것 부터 깜빡이 키는 것, 차선 정렬하는 것 까지 모든게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뭐 2-3일이면 익숙해지겠다는 확신이 든다. 

 

주차장에 다시 돌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너무나도 더워서 땀을 닦아내다가 (36도였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더 이야기 나누자고 제안을 해주신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워홀말년병장에게 신병의 마음으로 이것 저것 물어보다보니 무려 1시간이나 붙잡아버렸다. 사죄의 마음으로 목요일날 차량 인수인계를 할 때 점심을 사겠다고 하자 그렇다면 근처 교통국에 같이 가서 행정서류도 처리해버리자고 하신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여서 홀딩비를 내밀고 신나는 마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너는 쇼핑카트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다들 사용하고 그냥 놓고가는것 같았다.

 

우리나라돈으로 약 200만원~240만원 사이, 초기 정착금의 절반을 여기에 쓰는거지만 그러려고 가져온 것이니 아깝다 생각하지 않기로 수십번 다짐한다. 판매자분도 계속 말씀하시는것이 '이렇게 바로 결정하셔도 괜찮겠어요?' 라는 것이였는데 솔직히 고민이 아에 안 된것은 아니다. 더 싼 가격의 더 좋은 컨디션의 차량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기다리느라 스트레스 받고싶지 않다. 집없찐, 차없찐이 되어서 있어본 5일 동안 하루종일 내 머리속에 매물들만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정도 비용은 감가상각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하려고 여길 왔는데,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눈 앞에 있는데, 행복해져야지! (맞다. 자기최면이다)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어제 밤, 기분이 너무 좋다보니 엇그제 사놓은 버번콕과 치즈, 그리고 보다만 멜로가체질을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나 행복할줄이야.

 

멜로가 체질 9화 중

몇 번이고 돌려본 장면이다.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고, 내 부하 챙기는데 아낌이 없는, 심지어 일도 잘하고 똑부러진 완벽한 사장. 그 사장에게 팀장은 '당신처럼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존경을 드러내지만 옆의 대표는 취기에 울면서 말하기 시작한다. 자기도 속상하다고. 왜 자기는 힘이 없는 소규모 회사의 사장이냐고 푸념한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게 존경받는 사람. 그리고 내면의 힘듬을 말 하고 싶지만, 남에게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큰 문제가 없을만큼 속이 넓은 사람.

 

첫날, 은행에서 계좌를 열 때 은행원이 나에게 물어봤다. 'What is your dream in Perth or Australia?' 나는 그냥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니 '너 이미 그건 달성했잖아~' 하면서 웃는다. 여기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다시 고민해본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까지 욕심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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