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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movie, drama

최악의 하루: 거짓말로 빚어내는 영화

익선동 식물 카페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것만 알고 있던 영화, 최악의 하루를 보았다.

현남친, 잠깐 만난 유부남, 오늘 처음 만난 일본인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는 인물과

출판사 사장, 출판 기념회의 관객들, 매거진 기자를 만나며 하루를 보내는 인물의 이야기.


영화는 거짓과 진실에 대한 의문점을 끊임없이 질문한다. 거짓이 정녕 나쁜 것인지, 진실을 대면해도 괜찮을지.

거짓말쟁이 등장인물

최악의 하루루를 보낸 두 인물은

'뭐 하시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거짓말을 만드는 직업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소설가와

'저도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배우이다.

관용적 표현이 아닌 정말로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은 시작부터 본인들이 진실과는 동떨어져있음을 이야기한다.

 

거짓말로 일어나는 사건들

모든 사건의 발단들이 거짓으로 비롯되어 생겨난다.

다른 여자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는 남자친구,

거짓된 이야기로 상처를 준 유부남,

친구 조교가 기다린다고 말하는 배우,

대작가라며 띄워주는 출판사 사장,

인터뷰하러 왔지만 본인의 욕구를 채우러 온 기자.

아주 피곤하게 살기 딱 좋은 조합이다.

 

거짓말로 덮혀지는 최악의 하루

최악의 하루에 지친 소설가와 배우는 남산 산책로에서 다시 만난다. '그럭저럭인 하루'를 보냈다며 서로에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들. 영어여서 거짓말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끝끝내 오늘 하루가 최악이었다, 너무 지쳤다, 다신 보고 싶지 않다 등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결국 최악의 하루는 소설가가 즉석에서 정한 신작 소설의 엔딩 장면을 읊조리며 마무리된다.

한 번도 해피엔딩을 써보지 않은 소설가가 지금의 감정을 담아 (아마도 본인의 위안을 위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엔딩을 말해준다.

"지금이랑 계절이 달라요.

이 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에요.

저 길에 눈이 내리고 한 여자가 걸어옵니다.

무표정하게 내리는 눈 사이를 걸어오다가 뒤를 돌아봐요.

어두워진 저 산책로 너머로.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주인공은 행복해질 거예요."

료헤이(이와세 료)


때때로 두 인물들은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마주치지만 그때마다 느껴지는 실망과 탄식, 한숨을 숨기지 못한다.

영화의 초반부와 끝부분에 동일하게 들어가는 연기 씬이 있다. 이 씬의 대사는 영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긴 긴 하루였어요.

하나님이 내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안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어요.

물론 전 원하는 걸 드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진짜는 아닐 거예요.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전 다 솔직했는걸요.

커피 한 잔 드시겠어요?

커피 좋아해요? 난 커피를 좋아해요.

진하게, 진한 각성.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거든요. 당신들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은희(한예리)

신의 장난질이 아니고서야 믿어지지 않는 최악의 하루는 모든 것에 솔직했기에 벌어진 일이며

내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솔직해서 벌어진 최악의 하루지만

거짓으로 위안 받는 최악의 하루.

논리로는 설명 안되는 거짓말이야말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모두는 행복해졌습니다'라는건 동화 속에만 있는 걸까.

엔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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