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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movie, drama

레디우스: SF 반전물이라 불리길 원했나? (결말 스포일러)

유튜브 지무비 채널에서 소개해줬던 영화 '레디우스'를 보았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 자기 이름도 모르는 남자주인공은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생명체들은 죽어버린다는것을 알게되고

유일하게 자신 근처로 올 수 있는 (마찬가지로 기억상실증인) 여자주인공과 동행하며

둘이 어쩌다가 기억을 잃었는지, 왜 이상한 능력이 생긴건지 알아내려고 하는 스토리다.

유튜브만 보고서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했는데, 그건 지무비 채널의 말빨때문이었다...

 


결말 스포일러가 있다.

이런 영화는 결말을 알려주어서 한 사람이라도 러닝타임을 소비하지 않게 알려주는것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같다.

 

매력적인 설정이 맥거핀이라니

매력적인 설정과 소재가 이 영화를 보게된 가장 큰 이유였다. 흡사 일본 만화책에서 나올 것 만 같은 설정은 간츠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처럼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왜 저런 능력이 생긴 것이고, 여자는 왜 끝판왕 치료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

 

"나사에서 방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주 현상이라고 합니다."

라디오 DJ

하지만 영화는 이 세상 참신한 설정을 그저 맥거핀으로 다룬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주 현상'으로 인해 주인공들에게 능력이 생겼다.....

판타스틱4의 탄생설화 버금가는 설명이다. (자신들을 나사에 실험체로 보내자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은 덤)

정말 양보하고 양보해서 감독이 집중하고싶은 것은 능력 자체가 아닐수도 있겠다고 영화를 보면서 되뇌였다.

그리고 여러 의미로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매력적이지 않은 결말

여자주인공은 기억을 잃기 전, 1년 전 실종된 쌍둥이 언니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으며

남자주인공, 그는 기억을 잃기 전에는 실종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던 연쇄살인마였다.

물론 여자주인공의 언니도 죽였고 이 모든 내용은 회고록처럼 기록하고 있었다.

기억을 되찾진 않았지만 모든걸 알아버린 두 주인공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서로를 믿고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알고보니 서로를 죽이려했던 존재였다니. 총으로 겨누지만 차마 그를 쏘지 못한다.

이때 현상수배범에 준하는 인지도를 가진 둘을 지역 갱(건달 아빠와 찌질한 아들+아들친구)이 찾아와 죽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여자주인공은 총격을 당하게 되고, 남자주인공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병원으로 대려가며

수술실로 이동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여주인공 없이는 병원의 사람들이 다 죽으므로)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말로 써놓으니깐 더 황당하다.

극 중 지속적으로 자기만 희생하겠다고 주장하는 남자주인공을 통해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지역 갱이라고는 슈퍼에서 잠깐 스쳐지나간 단역들일 뿐인데 그들을 통해서 결론이 만들어지다니.

일본 연애 소설에서 여주인공이 뚝방길에서 일진들에게 얻어맞는 급의 전개는 여러 의미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네이버에 레디우스라고 검색해봐도 영화 리뷰가 첫 페이지에 뜨지 않는다. 영화 정보조차 뜨지 않는다.

이제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주인공은 남편이다

자기만 고립된다고 주장하는 외골수 남자주인공, 하는 것이라곤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것 뿐이였던 여자주인공에 비해

갓갓이라 불릴만한 인물은 남편이다.

매체에서 외간남자와 정분설까지 주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어떤 일에 휘말렸든 상관없어
무슨 일이든 같이 해결하자."

이 영화의 희망, 샘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자주인공이 남편을 만났을 때 '난 당신을 몰라' 라고 이야기하자

남편이 하루동안 노트에 '너를 만나게 된 과정/너가 좋아하는 것들/너가 싫어하는 것들' 에 대해서 끊임없이 쓰고

노트를 여자주인공이 발견하자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너는 피자의 식감이 싫다고 그랬어'라 말하는 장면이다.

기억을 잃기 전의 남편이 작중 내내 끝없는 신뢰와 사랑을 전달해줌에도 불구하고

여자주인공은 남편에 대한 불신을 계속 보이는 것과 상반되게 남자주인공의 무릎을 배고 잠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헌신적인 사랑이라니. 기억을 잃기 전에는 참 좋은 커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소재로 낚시를 했어도, 그에 준하는 스토리를 보여줬으면 납득이 되었을텐데

SF 반전물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영화의 설정은 그저 영화속 이야기로 봐달라는 감독의 코멘트가 캐나다 영화사이트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영화다.

맥거핀을 이렇게 쓸거면, 체호프의 총으로 써버리는것이 더 옳은 선택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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