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sweet home/movie, drama

소울 : 인생은 재즈하게

소울

 

소울을 보았다. 관람하기 전에 알고있었던 정보는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며 평단과 대중의 평가가 모두 다 좋다는 것, 그리고 지인 몇 명이 울었다는 것 뿐. 어떤 영화이길래 20-30 세대를 울리는가.

(포스터만 보면 음악영화같지만 음악은 그냥 영화의 구성요소중 하나일 뿐이다.)

 

1. 자유로운 백수 vs 의욕 0% 부자

영화의 시작부터 주인공인 조는 선택을 해야한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현재의 모습(좌)와 꿈꿔왔던 모습(우)

초반부 내용 요약(클릭)

조의 지금 모습은 비정규직(part time) 음악교사다. 학교에서는 열정이 가득한 학생을 비웃는, 그야말로 억지로 시켜서 하는 밴드부를 어떻게든 이끌어나가고 있다. 재즈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필하려는 그의 모습은 애처로울 지경이며 언젠가는 무대 위에 올라가겠다고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 (졸업생이 밴드에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있다했으니 최소 3-5년은 교직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그에게 교장이 정규직(permanent full time) 음악교사를 제안한다.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들은 드디어 훌륭하고 안정된 직장을 가졌다며 좋아한다. 한편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으로부터 유명 재즈밴드의 피아니스트역을 제안받는다. 황홀경에 빠져서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을 본 밴드마스터는 당연히 OK 사인을 보내준다.

교편을 잡은 동안에도 재즈만을 위해 살아온 조.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여성과의 데이트마저 포기하고 음악만을 추구해왔다. 그리고 어떻게든 무대에 설 기회를 잡으려고 애쓴다.

 

아마 지금 내 또래 친구들부터는 많은 공감을 하리라 싶다. 첫 취업은 어찌저찌했는데 사회의 쓴 맛이 소주의 쓴 맛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닿고 돈 많은 백수를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우리들의 사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긴 하다만 그걸 하면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100% 확신하는 현실이다. 

 

답이 너무 정해져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꿈꾸는 10년, 2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싶은 일을 하고있을지,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을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여유로운 경제조건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이 없겠다만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이게 또 싱글일때는 꿈을 쫒는게 가능할수도 있다. 근데 만약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면, 경제적 안정보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계속해서 추구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가족들이 끝없는 지지와 후원을 해준다 할지라도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만 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무섭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내 꿈을 포기하는 것도, 꿈을 쫒다가 가족을 놓쳐버리는 것도 무섭다. 그러니 경제적 안정을 미리 만들어놓자. 지금 열일해서 후딱 돈을 모으자.

 

물론 영화에 나오는 이발소에서 일하는 덩치형님처럼 가족을 위해 꿈을 버릴지언정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있다. 이거든 저거든 행복하기만 하면 됐지 뭐 ㅎㅎ

 

2. Feel like Jazz

조는 음악가인 아버지로부터 재즈를 전도당했다

작중 조와 22는 '그것이 재즈니깐' '재즈한데?' 라고 이야기한다. 그게 뭐냐며 서로 웃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재즈스럽다'며 킬킬거린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친구나 애인,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고 학업이나 특정 시험에 목매어 우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영화는 Jazzy하게 살아보라고 제안한다.

 

영화 '스파이'를 보면 일상속 jazzy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jazzy 그자체인 수잔 쿠퍼 누님

사이드킥, Guy in the chair에 불과했던 그녀는 한 순간에 행정직에서 현장직 스파이로 발령난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현장의 긴장감을 그녀는 jazzy함으로 녹여버린다. 때로는 과한 욕설로, 때로는 섹드립으로, 때로는 능글맞은 백치미로 삐걱거리는 현실에 기름칠을 한다. 

 

재즈의 특성은 자유함과 즉흥성이겠지 싶다. 기존의 스케일에서 하나씩 반음을 내리다 보면 재즈 스케일이 만들어지듯, 일(一)자로만 봤던 우리의 삶을 반음씩 내려서 보는 말랑말랑한 jazzy한 관점으로 바라보자. 조금 버거웠던 삶이 그나마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3. 나의 불꽃, 나의 열정

나는 22가 식물학자의 불꽃이 있는줄 알았다.

작중에서 조는 꿈꾸던 무대에서 환상적인 연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현자타임을 경험한다. 자신이 원했던 무대였지만 매일 이렇게 연주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였을수도 있고, 오늘같은 연주를 다신 못할거라는 느낌이 들어서였을 수도 있다만 여튼 빡센 현자타임을 만끽한다. 도로시아는 그런 그에게 비유로써 조언을 해주려고 하지만 갸웃갸웃거리는 조의 표정은 그 상황을 보고있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들으라는 듯, 제리는 '멘토들은 다들 불꽃이 하나의 목표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라며 비웃듯 말한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난다) 

그렇다. 불꽃은 하나의 목표물이 아니다. 그냥 인생 자체가 하나의 불꽃이며 열정의 덩어리다. 산책하기, 하늘보기, 은행나무씨를 보는 것 등은 그냥 하나의 촉매재였을 뿐이지 그것 자체가 불꽃이 되지는 않는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내 불꽃은 무엇일까'라고 생각만 했었다. 고등학교때는 기타치는것이었고, 대학때는 게임과 치킨, 지금은 카메라가 아닐까 싶었는데 제리가 정곡을 찔렀다. 하나의 목표가 내 열정이라면 그 목표를 달성했을때는 더이상 내 열정은 샘솟지 않겠지. 내 삶을 행복하게, jazzy하게 살아가게끔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불꽃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당장 4개월 후면 퇴사를 하게 될텐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기대반 걱정반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마음으로 막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행복해질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