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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movie, drama

크루엘라 : 자아 실현 욕구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가?

피곤한데 술마시고 글을 쓰면 이런 글이 나온다.

배가 산으로 가버렸다.

 

 

크루엘라

 

크루엘라를 보고왔다. 

기억속 크루엘라는 101마리 달마시안을 강탈해가려는 나쁜 악당에 불과했었다.

말레피센트로 빌런 영화가 흥행한다는 것을 증명한 디즈니가 크루엘라를 어떻게 재해석 했는지 궁굼했다.

 

1. 원초적 차이점

에스텔라

크루엘라로 각성하기 전의 에스텔라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태생적으로 가진 흑-백의 머리 때문일까, 교복을 리폼하는 것 처럼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색을 표현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에스텔라 주위의 환경은 그렇게 관대하지 못했고, 그녀의 '다름'은 '유별남'을 넘어서 '이단아'로 낙인찍히고 만다.

개개인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은 틀린점, 옳지 않은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청소년기는 꼬이기 시작한다.

 

 

셜록이 고기능 소시오패스로 태어났고 반지의 제왕의 갬지가 헌신적이고 믿음으로 탄생된 사람인 것 처럼 에스텔라는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줘야하는 사람으로 그냥 다르게 태어난 사람이었다.

 

2. 자아는 환경에 지배되는가?

같은 디즈니의 알라딘

몇 년 전에 개봉했던 알라딘을 생각해보자.

알라딘은 좀도둑 출신으로 '굶주린 청년이 먹을 것 좀 훔칠 수 있지!'라고 직접 대변하는 개뻔뻔한 낯짝을 가지고 있다. 

'빈민가 출신이지만 옳은 일을 하려고 하는 청년' 정도로 설명될 수 있는 알라딘은 끝까지 갓-스민에 비교된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자스민에 비교하면 알라딘은 그냥 템빨을 갖춘 초보자에 불과해 보인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던 알리딘과 자스민이었지만, 둘의 모습은 매우 다르다. 

자신의 처지를 템빨로 개선한 알라딘과는 달리, 자스민은 몰래 성을 빠져나가서 서민체험을 할 정도로 능동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

이런 측면에서 크루엘라와 자스민은 비슷하다. 

나다움을 억압하는 환경에 처해있었지만, 존버 끝에 환경을 이겨내 자아실현의 단계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내 커리어와 환경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을지라도 해야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설령 점심시간을 쪼개서 하고싶은 일을 공부하는 것이든, 직장 보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 되던.

 

자아실현 끝판왕 토니와 스티븐

디즈니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진짜 내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계속 물어본다.

토니 스타크는 딸이 있기에 참전을 거부했고, 나중에는 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스티븐은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왔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결말을 만들어낸다.

 

뭐... '영화 주인공들이라면 자아실현이 1순위다!'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만, 그래도 디즈니가 오랜 시간 꾸준히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너가 진짜 하고싶어하는 것이 무엇인가?

 

3.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까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자아실현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를 이야기해봤다.

그렇다면 그 옆의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

 

호레이스, 크루엘라, 제스퍼

영화는 맹목적인 자아실현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크루엘라의 친구들인 호레이스와 제스퍼. 그들은 헌신적으로 크루엘라의 자아실현을 도와준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냉소와 갈굼뿐. 고맙다는 말은 가뭄에 콩 나듯 영화에서도 몇 번 보여주지 않는다.

 

현실이었으면 어땠을까.

호레이스와 제스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제스퍼가 크루엘라의 백화점 이력서를 대신 내 준 것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랬을 수도 있고 흔한 공시생들처럼 밤잠을 쪼개며 공부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 내 금쪽같은 시간과 체력, 돈을 투자해서 친구의 성공을 도와줬는데 자신에게 남은 것은 달마시안 세 마리가 전부라면?

 

상사-부하직원의 궁합

인터넷에 떠도는 상사-부하직원 사이와 동일하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타인을 침범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호구 of 호구인 호레이스와 제스퍼정도는 되어야 절친 궁합이 나올 것이다. 

만약 자스민같은 캐릭터와 크루엘라 같은 캐릭터가 만났다면 아마도 조짐과 맞짱으로 가지 않을까.

 

 

 


인맥 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온지도 몇 년이 지났고 심지어 이제는 '그 사람과 손절했다'라는 말도 많이 들린다.

너의 자아실현이 중요한 만큼, 내 자아실현 또한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자아실현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 내 욕심으로 타인의 영역을 흩트리진 않았는지 경계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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