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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life

#6 코로나 확진 여덟째 날. 또 다시 혼자

전날 밤부터 엄마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빈 속에 약을 드셔서 그런가 싶었는데 한 두번이 아니라 밤 새도록 지속되었다보니 엄마도 나도 엄청나게 긴장해있었다. 나야 두드러기를 포함해서 거의 다 회복이 된 듯 했지만, 엄마는 아직도 미열이 좀 있는 상태라 걱정이 안될수가 없는 상황.

 

9시, 아침 자가검진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의료진에게 엄마 상황을 이야기했다. 확인 한 후 20분 정도 지나니 담당 의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이니 상급 병원으로 이동하시는 것을 권해드린다'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서 들려왔다. 괜히 내 눈치를 보시는 것 같아서 후딱 잘 됐다고, 언넝 병원 가서 치료 받으시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11시 정도가 되자 엄마가 떠났다. 혹시 가져가야할 물품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없다고 하길래 칫솔정도만 들고 가셨다. (나중에 상황을 들어보니 칫솔은 물론 비누나 슬리퍼 등 기본적인 생활 용품들을 다 가져와야한다고. 중간에서 전달이 잘 안된 듯 싶었다) 방금 전 까지 엄마가 있었던 자리를 정리하니 비로소 부재가 몸으로 느껴진다.

 

 

첫날 하루를 빼놓곤 격리 내내 엄마랑 같이 있었다. 엄마는 나와 함께 자는 첫 날, 2018년 일본 여행(엄마와 둘이 다녀왔다)을 다시온 느낌이라며 좋아하셨다. 나도 최대한 엄마 편하게 해드리고자 이것 저것 도와드린다고 했는데 잘 했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다.

맛없는 밥이 나올때면 오늘의 밥은 얼마나 구린지 같이 이야기하던, 오래 누워있어서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 서로 이야기하던 파트너가 사라졌다. 작은 공간에서 둘이 부대끼고 닷새 넘게 같이있어서일까. 비로소 혼자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엄마가 병원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빠르게 치료받아서 나보다 더 빠르게 집으로 갈 수 도 있는 것이고, 일이 잘 안풀린다 한들 건강하게 돌아오실 것을 알기에 걱정이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적함을 숨기기가 힘들다. 통화하면서 일부러 목소리를 올리고 텐션을 높이니 그나마 공간이 주는 갑갑함과 적적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대로 있으면 감정에 잠식될 것 같아서 급하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있을때 했으면 더 좋아하셨겠지만ㅋㅋ

 

운동도 시도해보았다. 어느정도 몸이 회복되었다고 생각해서 시도해봤는데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여주지 않는다. 푸쉬업정도까지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지만 스쿼트를 하니깐 숨이 너무나도 가빠온다. 강도와 상관 없이 유산소쪽 운동을 하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느낌. 코로나 합병증 중에 폐기능 저하가 있다고 하던데 그게 이런 현상이려나 싶은 뇌피셜이 떠오르지만 아니리라 일단은 믿어보려고 한다. 그냥 요 몇일 아무 운동도 안하고 숨만 쉬어온 댓가이려니.

 

곧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온다. 어제 오늘은 이제라도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엇인가 자꾸 하려고 했는데 어쩌면 여기에 있는 시간들을 오롯이 휴식에 쏟아야 내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다른 것 보다 일단은 지금 내 몸이 우선이라고. 늘 나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너가 있어서 참 고맙고 다행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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