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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life

#7 코로나 확진 아홉째 날. 너의 1RM은 나의 워밍업

오늘도 새벽에 계속 깼다. 늘 버릇처럼 새벽에 깨면 옆에 엄마가 잘 주무시고 계시는지 확인했었는데 침대가 텅 비어 있으니 자꾸만 마음이 허하다. 그래도 어제 마음다짐을 해서인지 그렇게 신경쓰이진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허전하진 않았다. 전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혼자있는 느낌보다는 그냥 같이 떠드는 느낌. 할 일 없는 내가 너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럽긴 하다만 만끽할 수 있을 때 만끽하려고 한다. 긴 통화에도 지치지 않아줘서 늘 고마울 따름. 

 

오늘은 격리기간 첫 영화를 보았다. 어떤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캐스트 어웨이'와 '마션' 두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내 상황에서 보기 좋은 영화라 생각해서 결국은 마션을 선택. 사실 멧 데이먼이 구출이 되었던가 긴가민가 했던 이유도 있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마션을 본 것은 독도경비대 식당이었다. 아마 태풍이 다가와서 경계근무가 취소된 날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냥 웰메이드 SF영화(+공돌이 찬양 영화)정도로 생각했었다. 그 외에는 큰 임팩트가 없었던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꽤나 많은 공감이 되었다. 혼자 지내는 삶도 그렇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물론 내가 처한 상황보다는 훠어어어어어얼씬 극한의 상황이다만 영화를 보며 공감을 잘 못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내 이야기처럼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은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한다. 몇 번의 위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 곳을 벗어나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호주에서 코로나를 피해 탈출했던 작년, 코로나가 격상되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나름의 격리에 들어갔던 가을, 그리고 이번 코로나 확진까지 딱 일 년의 시간동안 코로나로 인해 변해온 나의 New Normal이 새삼 느껴진다.

 

마스크 없는 산책을 할 수 있을까? 가림막 없는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을까? 5명 이상이 모여서 밤새도록 술마시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했던 일 년 전 일상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상이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시궁창인데 굳이 여기에 안주할 이유가 있을까. 적어도 꿈은 꿔야 나중에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코로나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내가 누려왔던 일상을 그리워하고 포기하지 않아야지. 

 

스무살, 태어나서 처음으로 헬스장을 갔을 때였다. 헬스장을 다니다보니 친해지게 된 트레이너가 있었는데 (그때 당시 지금의 내 나이쯤 되어보였다) 그 트레이너가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회원님의 1RM은 저의 워밍업이에요. 더 할수 있어요'

맞다. 마션의 주인공이 겪었던 경험에 비하면 내 코로나 표류일지는 낱장에 불과한 노트일 뿐이다. 비록 영화속 인물이다만 나도, 너도, 우리도 못 해낼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을까. 언젠가는 나도 다른 사람에게 '너의 1RM은 나의 워밍업'이라고 말하며 모티베이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아 건방진 꼰대 느낌은 최대한 덜어내는 것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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