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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movie, drama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 : 사람 울리게 하는거 아니다ㅠㅠ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

왓챠에 디지몬 어드벤처가 최상위 추천으로 떠있길래 오랜만에 머리나 식힐 겸 보았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찔끔찔끔 울면서 집에 왔다. 추억팔이만 하는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어.

 

디지몬 20년 기념 영화

디지몬 어드벤처가 시작된 지 20년이 된 기념으로 제작된 영화다. 

태일이와 매튜가 어느새 대학 졸업반, 취준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어른이 되면 디지몬과 파트너 관계가 끝난다'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디지몬과의 파트너십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어린아이이기에 지속되는 것이며 어른이 되면(=사회에 물들어갈수록) 디지몬과 헤어지는 시간이 가까워진다고. 모든 '선택받은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어른이 됨과 동시에 파트너 디지몬을 잃게 된다는 암담한 설정.

 

맥주마시는 태일이와 매튜라니. 동년배다 동년배

영화 자체의 플롯은 심심한 편이나 진화씬은 등장할 때마다 추억이 방울방울해지는 효과를 덤으로 가져다 주었으며 오메가몬!!!! 오메가몬의 등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크으...'하며 감탄을 했다는 정도. 태일이와 매튜가 진로고민을 하면서 이자카야에서 맥주 한 잔 하는 장면은 나와 내 친구들의 과거이자 지금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다보니 뭔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고민을 하는 느낌도 가지게 해주었다.

 

뭐 여튼,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필연적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변함없는 아구몬과 너무 변한 태일이

태일이에겐 당장 이별할 날이 눈 앞에 다가온다. 평생을 함께해온 친구가 일주일, 내일 모레, 당장 오늘이라도 사라질 수 있다. 심지어 멀리 떠나는 수준이 아닌 영원한 이별로.

성인이 된 후, 바쁘다는 핑계로 아구몬과 시간을 지내지 못했던 태일이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한 번도 초대한 적 없었던 자신의 자취방에 아구몬을 초대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노력을 해본다.

 

김킨킨 (7살/남)

남일같지 않다. 내 동생 킨킨이도 벌써 7살. 평소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살쯤 되니 아직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그게 아니더라. 요즘 '펫비타민' 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촬영하는데 수의사들이 입모아서 말하길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된 반려동물은 언제든 보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라고. 이별에 있어서 동물은 준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준비하지 않기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우울증에 시달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킨킨이도 마찬가지다.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크기(8kg)이지만 관절도 약하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한다. 토하는 것도 잦고 가끔 우울증 증세도 보이는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해서 가족 이외에는 얼굴조차 비치지 않으며 집 외에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다보니 어디를 모시고 나가기도 쉽지 않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킨킨이와 지내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다. 나는 동생과 놀지는 않고 남들에게 이 뚱냥이 보라며 자랑만 하는 미운 형이 되어버렸다. 사진첩에 사진은 늘어나지만,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돌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10년 안에 이별을 하게 될 것이다. 킨킨이는 17살이 되어도 (물론 많이 힘들어 하겠지만) 지금과 마찬가지인 모습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나는 30대 후반으로 가정을 이뤘을수도, 아이가 있을수도, 사업을 하고 있을수도, 폐인이 되어있을수도 있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동물이기에, 나는 시각적으로 이별이 보일 때가 되서야 이별의 카운트 다운을 눈치챌 것이다. 

 

이별 직전에도 내일을 말하는 파트너

필연적 이별에 있어 후회는 언제나 나, 1인칭의 몫이다. 영원한 이별을 하는데 상대가 후회를 하는지 안하는지 알게 뭐람. 결국 이별 이후에는 나와 내 감정만 남게 된다. 이별 하는 날 파트너로부터 '내일은 어떡할 거야?'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후회하지 않게끔, 지금 당장을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그만 울고 킨킨이랑 놀러 가자.

 

선택을 통해 어른이 된다

영화 중반부 이후, 내가 생각했던 영화의 엔딩은 실제 엔딩과 조금 달랐다. 태일이와 매튜가 순수했던 마음을 간직하게 되어서 디지몬과 함께하는 첫 어른이 될 줄 알았다만... 그냥 어른이 되어버렸다.

...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영화는 선택에 따른 책임을 보여준다. '내가 일찍 철들지 않았더라면' '그동안 더 많은 시간을 보낼껄' 등 과거의 선택에 한 후회를 메인 주제로 가져간다.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는 이 영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 노바디 (2009)

자레드 레토 주연의 '미스터 노바디'는 선택 자체에 대한 영화이다. 주인공은 우리가 늘 후회하는 순간들을 하나씩 경우의 수 마냥 시도해보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관객과 함께 지켜본다. 많은 내용들을 생략하고 단편적인 결론만을 말하면, '어떤 선택을 해도 모두 '나'이며, 책임 지는 것도 '나'이니 어떤 선택을 해도 행복한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자' 쯤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매튜좌...

비슷한 내용을 디지몬에서도 이야기한다. 물론 일본틱한 대사로 많이 바뀌었다만, 나름 그럴싸하다. 선택한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니 숙명은 못바꿔도 운명은 바꿀 수 있다!! 고 말하면서 정해진 것은 받아들이되,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외침으로 보스를 제압한다. 

 

정해진 것을 바꾸려는 것은 후회만을 남기게 한다. 선택 이후 남겨진 것은 나의 삶이자 책임이자 의무가 된다. 기왕이면 선택 이전의 것을 보며 후회하는 것보다는 이후의 것을 더 멋있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매튜가 혼자 하모니카를 불던 장면을 보고 하모니카를 배운 친구들이 여럿 있다. 우리 세대 어릴 적 허세는 모두 쿨시크 매튜에서부터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매튜가 징징짜면서 운다. 이 정도면 지하철에서 운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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