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sweet home/movie, drama

파닥파닥 : 횟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인생

파닥파닥

파닥파닥 국내 포스터

왓챠를 결제했다. 보고싶었던 작품 리스트 중 최상위권에 있던 파닥파닥을 보았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파닥파닥이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봤다. 내가 알고 본 것이라곤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것과 인상적인 제목과 파닥거리는 생선이 있는 썸네일 뿐이였다.

 

이 영화는 횟집 수조에 갇힌 물고기들의 이야기다. 횟집 사람들과 고객은 절대악이라기 보단 자연스러운 공포의 존재로써 등장하며 물고기들은 그 상황에 적응하고자 한다. 그러던 도중 바다에서 잡혀온 고등어(파닥파닥)가 수조 맴버로 들어오게 되고 수조에서부터 탈주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존의 맴버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는다.

 

포스터는 영화 보고 만드세요... 제발...

희망찬 영화일줄 알았다. '파닥파닥', 어감부터 얼마나 희망찬 단어인가. 뭔가 대양을 향해 나가는 그런 몸부림의 의성어일것이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픈 동료를 케어해주는 모습... 으로 보이나 사실 맛있게 식사하러 모이는 모습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Aㅏ.... 싶은 부분들이 많다. 새로 수조에 넣어진 물고기가 알고보니 식사거리였다던가, 방금전까지 같이 있었던 친구가 횟집사람에 의해 난도질 당한다던가. 심지어 동료라고 생각했던 물고기가 죽으니 영양가라면서 뜯어먹는 장면까지. 이런 통수, 오랜만에 느껴본다. 코렐라인, 판의 미로 이후 국산 통수의 1인자가 되지 않을까.

 

외국 포스터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고딕고딕해

 

현실은 시궁ㅊ... 아니 수조 안

영화는 수조와 횟집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바다는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공간이지만 막연한 동경이자 이데아 자체다.

그런 바다를 동경하지만 파닥파닥을 제외한 물고기들은 수조를 나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현실이 보이지 않는 벽으로 막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에 의미를 두는 그들은 '그걸 꼭 해봐야 아냐?'라며 외친다. 엉터리 퀴즈를 푸는 것으로 현실 도피를 하려는 그들은 파닥파닥을 이상주의자라며 손가락질한다. 심지어 그 수조 안에서도 양어장 출신과 바다 출신을 나누어 자신들만의 계급을 만든다.

 

우리도 막연한 동경을 품는다.

수조 안의 삶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우리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환상을 100% 날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예인과 셀럽의 삶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그걸 보는 우리는 쇼파 밑에 앉아 배달음식을 먹으며 벅벅 배를 긁고있을 뿐이다. 그냥 이 삶에 안주하면서 '저런 삶도 있구나~'하며 동경하는 그런 모습. 혹여나 인스타그램 마켓을 열거나 팔로워를 늘리려는 친구가 있다면 '쟤는 왜 나대는거야' '일반인이 저런거 하면 되겠어' 라며 비웃는 우리의 모습까지. 우리도 수조 안에서 바다를 동경하고 있지만 그냥 주여지는 먹이만 먹고 있는 수조 안의 물고기와 다를 바 없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

반면, 우리의 주인공 파닥파닥님은 조금 다르다. 바다에 두고 온 가족이 있다던가, 내가 해보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일단 이 수조는 노답이라는 것이 딱 느껴졌나보다. 주변의 상황은 1도 신경 쓰지 않고 몸통박치기로 수조를 벗어나려고 하는 파닥파닥. '보이지 않는 벽이 있더라도 해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결국 탈주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두 번이나 수조로 다시 잡혀오게 된다. 결국 등장인물들 중 가장 먼저 식탁 위 횟감이 되어버리는 최후까지.

 

일침좌 경규옹...

파닥파닥의 행동을 보면서 좀 이해가 안되긴 했다. 큰 명분도 없이 일단 수조를 벗어나려고 한다던가, 밥도 굶으면서 자신의 신념을 굳이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라던가(결국 나중엔 이성을 놓고 관상어들을 먹어버린다...;;) 왜 저런 행동들을 해야했을까 싶기도 하다. 이상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은 응원할 면모지만 이건 너무 과감하다. 최소한 남반구 금붕어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정도는 염두해두는것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킹크랩 말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킹크랩들은 1도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것을 보았을 때, 스스로의 소통 능력에 있어서 과신한 점도 있다. 

 

굳이 저 물고기들에 비교한다면, 나는 파닥파닥쪽에 가깝다.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20대에 일궈온 모든 것을 버리고 촬영일을 하러왔으니 말이다. 경규옹의 말처럼 꿈만 꾸고 노력만 하면 안된다는 것이 보여진다. 영화에서도 결국 바다로 탈출 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넙치였던 것 처럼, 에너지도 쌓아야 하고 전략적으로 작전도 짜야한다. 내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떤 것 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빌드업을 해나갈 것인지 생각해야한다.

운동하자

그럼 뭐 어쩌란 말인가? 모두까기 머신이세요?

라고 말한다면 안타깝지만 당신은 영화를 볼 때 스킵을 많이 한 사람인 티를 낸 것이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중간중간 뮤지컬 장면이 2D로 꾸며져있다. 그 중, 올드넙치와 파닥파닥이 서로를 향해 부르는 노래를 잘 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용서해요' 라는 곡이다. 유튜브에도 있던데.

파닥파닥이 횟감이 되기 직전 나오는 노래에서는 서로를 용서한다는 노래가 나온다. 양 극단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넙치가 고등어의 죽음으로 인해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고등어, 그러니깐 이상주의자들은 주변을 계몽할 수 있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더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에 대한 에너지만으로도 주변 사람들과 환경을 바꿔나갈 수 있다. 그렇게 변한게 놀래미였고, 넙치였다.

넙치, 잠자기 전 누워서 유튜브를 보면서 현실도피를 하는 너, 나, 그리고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의지를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배를 벅벅 긁으며 에너지를 비축해왔기에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수조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위 사진처럼, 고등어와 넙치, 이상주의자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은 융합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는 우리 현실에서는 좀 그렇고, 서로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게끔! 단편적인것 보다는 양쪽의 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하면 좋지 않을까.

 

 

다음주에 형이랑 형수님이랑 회먹기로 했는데. 큰일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