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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색즉시공 공즉시색 (결말 스포일러)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 소설과 영화 포스터

북클럽에서 소개받은 김영하 작가의 책,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았다. 

 

 

1. 소설과 영화와의 괴리감

 

누군가의 왓챠 후기가 많은 공감을 받았다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매우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았는지 실망했다는 사람이 매우 많다. 원작과 소설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던 주인공 병수는 자신의 딸 은희가 연쇄살인범 주태와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후 은희를 구하기 위해 주태의 진면목을 밝히려 하나....

 

소설과 영화 결말 요약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클릭)

 

소설의 결말
알고보니 병수의 기억 자체가 잘못된 것이였다. 은희는 애초에 한참전에 직접 살해하였으며 딸이라고 생각했던 은희는 치매에 걸린 자신을 돌봐주러 오는 요양보호사였다. 살인범이자 딸의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박주태는 오히려 경찰이였으며 자신은 점차 어디까지가 정확한 기억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영화의 결말
경찰이였던 민태주는 살인범이 맞았다. 은희를 인질로 잡고있는 주태를 겨우겨우 저지하여 딸을 구출해내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의 살인들이 모조리 밝혀진다. 또한 민태주 살해로 인해 선고를 받게 되지만 알츠하이머에 대한 경량때문인지 요양원 비슷한 곳으로 이동된다. 병수의 인간성이 투영되어있던 친누나 마리아의 존재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은(어릴 적 자살하였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해 살아있다고 믿는다)것이였으며 아빠가 아닌 살인범으로 자신을 대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자살을 선택한다

 

영화의 결말 (감독판)
민태주는 애초에 살인범을 쫒는 경찰이였다. 병수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현재형 연쇄살인범이였으며 민태주를 제압해 자신의 범죄를 뒤집어씌운다. 자신의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자유의 몸이 된 병수. 그는 모든 기억을 되찾은양 웃으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와 소설이 다른 내용으로 진행 되는 것은 맹백한 이유가 있었다. 원작자 김영하로부터 '영화는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소설은 공(空)을 주제로, 영화는 심연(abyss)을 주제로 삼았다고. 

 

2. 색즉시공(色卽是空)

소설의 처음과 끝은 반야심경으로 이루어진다. 주인공은 색즉시공을 되뇌이면서 독자로 하여금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색, 그러니깐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은 공이라는 뜻의 구절인데 여기서 공이라 함은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즉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비존재를 의미한다고 한다. 

소설속의 주인공은 기억에 있어서 색과 공을 혼돈한다. 내가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였으며 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내가 틀렸던 것이였다. 색이라 생각했던 것은 공이였으며 공이라 생각했던 것은 색이니(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가 확신을 가지는 그 무엇조차 의심을 만들게 한다. 그 의심이 없었던 주인공은 사람을 오인하고, 살인하고, 무너저간다.

 

 

기억의 불완전함: 내 기억은 얼마나 진짜 기억일까?

[5] 기억의 이면…거짓기억, 조작기억우리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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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리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기억은 하나의 정보에 불과한 듯 해보인다. 조작된 기억은 어느 순간부터 조작이 아닌 진실로 다가오게 되고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했을 때는 불변의 진리를 지적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100% 내가 경험한 것이라는 증거가 어디있을까? MSG를 좀 더 뿌리면 우리는 그냥 통 속의 뇌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리는 늘 자신이 경험한 것이 진리(진짜 이치)라고 생각해왔다. 작가의 세계에서는 그 근간이 흔들린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이라 생각한 것이 질병이나 실험 주입을 통해 발생한 후천적인 것이라면 어떨까. 단 한 번도 내 기억과 경험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이건 논리적인 의미에서 꼰대가 아닐까 싶다. 내가 옳고 내가 해온 것들이 정도라고 말하는 그 꼰대. 적어도 내 기억이, 내 경험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자고 받아들여봄직하지 않을까

 

3. 심연과 정의

우리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작 중에서 언급되는 니체의 문구다. 영화의 주인공은 심연을 너무 오래본 나머지, 스스로 심연이 되어버렸다. 가족애에 대한 강조가 꾸준히 진행되는 영화에서 결국 심연이 되버린 주인공을 보자니 값싼 동정심마저 생겨난다. 아니 연쇄살인마에게 동정심이 일어난다는게 말인가 방구인가. 단호하게 방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울부짖는 설현(극중 딸 역할을 맡았다)을 보고있자면 이런저런 이유로 동정심이 생긴다.

 

디지털교도소 처벌되나? [MBC 뉴스데스크]

 

오늘 우연히 디지털 교도소라는 페이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고 하는데 동유럽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서버(Bulletproof Server)에 올라와있어서 보안도 안전하다고. 공익성을 인정받으면 명예회손 논란에 있어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고 한다만 한국인인 이상 속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걸고 넘어지면 구속감이라고 한다.

 

웹툰 '비질란테'

디지털 교도소를 보면서, 비질란테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면 괜찮은걸까? 범죄자를 처단하기 위한 정의로운 범죄자를 응원하는 나는 괜찮은 존재인가? 무엇이 정의인가? 이 시대의 정의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을 생각은 당분간 없으므로 일단 질문만 던져놓고 도망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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