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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movie, drama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2: 제라드 웨이, 소포모어 징크스

티키틱 대장의 추천작,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다 보았다. 대략 3주정도에 걸쳐서 시즌1부터 쭉 본 것 같은데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시즌1과는 달리 시즌2는....흠...

 


이것 저것 말하기에 앞서, 원작자에 대한 경외심과 팬심을 보이고싶다.

 

Gerard Arthur Way (1997~)  / 엄브렐라 아카데미 코믹스

제라드 웨이. 내 중학교 시절 원픽으로 꼽히던 가수다. My Chemical Romance 라는 밴드의 리드보컬이며 라이브를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이 사람은 만화가 지망생이였는데 911 테러를 보고 '이렇게 살 순 없다'며 밴드를 만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터너티브 락 쪽에서 탑급이였던 박린킨씨 급의 네임드 밴드로 락 업계를 씹어먹었다. 

그러면서도 본업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나온 만화가 엄브렐라 아카데미. 솔직히 이 형이 만화를 그린다는 것만 알고있었을 뿐, 그게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드라마의 원작일줄은 1도 몰랐다. 시즌1 1화를 보는데 제라드 웨이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여러모로 리스펙할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MCR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소포모어 징크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이전에 내놓은 작품이 너무나도 명작이라, 이후의 것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말한다.  싸이가 어떤 곡을 내던지 강남스타일보다 못쓰는 것 같다고 한탄하는 것이라던가, 왕좌의 게임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나락으로 빠진다던가 뭐 그런것들을 말한다.

 

이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1은 적당히 빠져버린 나사, 살아있는 것 같은 캐릭터의 특징들, 훌륭한 떡밥 회수, 그 와중에 강조되는 목표의식 등으로 (유치하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근데 시즌 2는 조금 맛이 갔다. 기존의 재미요소들이 많이 과해졌다. JFK 암살이 이루어진 시간대를 조명함과 동시에 근 몇 년동안의 대세인 뉴트로 비쥬얼을 보여주려고 애쓴 대신, 유머와 캐릭터성에 개연성을 내다버린 느낌이다. 특히 시즌 1에서의 커미션 암살자들에 비해 시즌 2 암살자들은 왜 등장했는지조차 이해가 안된다. 왜 스웨덴 삼형제였어야 했고, 왜 고양이를 계속 노출시키는거지? 시즌이 끝날 때 까지 가지고 있는 큰 비중에 비해 역할 하나 가지고 있지 않는다. 체호프의 총으로 쏴버려야 정신을 차리려나 싶었다.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사라졌다. 전작에서 듬직하지만 보수적이였던 No.1은 그냥 멍청한 근육고릴라가 되었고, 디에고는 기승전영웅으로 귀결되는 영웅무새 캐릭터가 되었다. 내외면의 갈등을 가장 훌륭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했던 클라우스는 그냥 주정뱅이+약쟁이가 되었으며 그나마 파이브만 생존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파이브도 이전의 뒤틀린 애정에 대한 언급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완벽해졌다)

 

사랑과 우정 사이

왼쪽부터 4 6 5 7 1 2 3

뜬금없겠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이다. 시간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초능력자들에게 뭔 사랑이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캐릭터들은 뒤틀려있는 사랑을 경험했다. 가족간의 근친(정확하게는 아니지만)을 평생의 사랑으로 생각하는 루서, 헤어진 연인, 죽은 연인, 죽이려는 연인을 경험하는 디에고, 이혼도 해보고 딸도 뺏겼는데 새로운 남편으로부터도 추궁받는 앨리슨, 평생의 사랑을 베트남전에서 잃어버린 클라우스, 애정을 쏟을 존재는 45년간 유일하게 함께했던 마네킹뿐인 파이브, 빙의를 통해서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싶어하는 벤, 자신을 무기로 사용하려했던 전연인을 직접 죽이고 이번에는 80년대의 레즈비언 연애를 시도하는 바냐까지. 

 

그런 사랑은 가족간의 사랑으로도 번진다.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어야했던 아버지는 '그딴거 없다'로 정리되는 냉혈안이며, 그나마 애정어린 말을 건내는 어머니는 로봇.... 자신들을 실질적으로 케어해줬던 것은 심지어 원숭이다. 각자 태생이 다른 사람들이다보니 서로를 적대적으로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가족이 모이면' 이라는 전제하에 많은 일들이 진행된다. 가족이 모이면 불길하다, 가족이 모이면 큰 일이 생긴다, 가족이 모이면 될 것도 안된다 등. 그런 것들이 하나의 껍질이고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지 늘 엔딩은 '가족이 모여서 혼자 해결 못할 일을 해결한다' 로 끝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족을 좀 붙여보자.

영미문화권 사람들은 오열하며 봤다는 그 장면

그런데 이런 전개, 어디서 본 것 같다. 나사 빠진 사람들끼리 뭉쳐서 큰 일을 해내는 그런 전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볼 때, '이 영화는 미국식 찐 우정 영화구나ㅋㅋㅋㅋ' 싶었다. 저스티스리그같은 엘리트들이 아닌 너와 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찐따들이 모여서 뭔가를 해내는, 구니스로부터 이어져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정영화. 

내가 영미문화권에 노출되어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만, 혹시 그들에게 있어 사랑과 우정은 한끝차이가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식 쿨한 연애라던가, 함께 파티를 즐기는 커플이라던가 뭐 그런 모습들이 이런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튼 한국인이라면 오글오글 맥반석 오징어마냥 손발이 사라질 그런 장면들이 하나의 감동 포인트가 될 수 있다니, 역시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다. 가족끼리 손을 잡고 힘을 합친다고...? 난 못해.... 우리형 손 못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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