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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life

#3 코로나 확진 셋째 날. 익숙함

 

아침, 점심, 저녁밥

엄마가 온 이후로부터는 밥이 잘 나온다. 아침으로는 샌드위치와 오리엔탈소스를 곁들인 샐러드가 나왔으며 점심으로는 오리훈제와 제육볶음이 나왔다. 역시나 둘 다 세븐일레븐 도시락. 아무래도 롯데가 도네이션을 한게 틀림없으리. 오리를 보고 신났었지만 아침이 제일 맛있었던건 함정.

 

이제 이 곳의 생활이 익숙해진 듯 하다. 게임도 질려서 재미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예전에 문서알바를 했던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라 무작정 알바몬을 검색해보았으나, 대부분 블로그나 인스타 마케팅만 재택근무로 되어있었다. 한 30분정도 뒤지니 한 업체의 공고가 보였다. 비쥬얼노벨 관련 타이핑 업무라고 하는데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 같아서 지원. 두세시간쯤 지나니 비대면 서약서와 업무 내용에 대한 메일이 왔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이 일은 소설 속 주인공으로 빙의(실제로 이렇게 써놓았다!)하여 사용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일. 메시지 하나당 20원을 준다고 하는데..... 수입도 별로인데다가 꽤 많은 항마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포기했다.

새로운 재미있는 것 추천받아요.

 

어제 새로운 약이 추가되었다. 기존에 먹던 약 이외에 아목시실린 코대원정 그리고 타이레놀까지 세 약을 매 끼마다 먹게 되었다. 아목시실린은 항생제, 코대원정은 기침과 가래 관련, 타이레놀은 당연히 두통과 해열이다.

약들을 먹어서 그런건지, 긴장이 풀려서 그런건지 자꾸만 잠을 잔다. 아침 식사하고 바로 자다가 점심먹으라는 방송에 깨고, 또 자다가 자가검진 하라는 방송에 깨고, 또 자다가 저녁 먹으라는 방송에 깼다. 오늘은 낮잠만 거의 6시간 잔 듯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졸리다. 아무래도 키가 크려나 싶다. 기왕 크는거 욕심 부리지 않고 183까지만 컸으면 좋겠다.

 

저녁을 먹고나서 잠에서 벗어나고싶어 샤워를 했다. 샤워하다보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을 확인했고, 사진을 찍어서 의료진에게 보냈다. 두드러기가 난다고, 기존에 앓고있던 질병이나 알러지는 없다고.

 

상주해주는 의료진에게 큰 리스펙

바로 전화가 왔다.. 열은 있는지, 다른 증세는 없는지 확인하더니 알러지나 다른 병 이력에 대해 물어봤다. 저녁에 먹었던 순두부찌개는 그냥저냥 먹을만 하긴 했는데 이정도 반응이 올 정도로 못먹을 수준이었나 생각해보지만 그렇다기엔 밥을 양심없이 싹싹 긁어먹었던게 기억이 났다. 일단 약을 올려보낼테니 바로 먹고 새벽 1시에 또 먹어보라고.

전화가 끊어지고 5분도 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혹시나 싶어 열어보니 전에 없던 약 봉지가 놓여져있고 친절하게 복용 방법까지 적어서 올려보내주었다. 이런 친절함에 또 한 번 치이며 엄마와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에 대해 열을 내며 토론을 했다. 

 

몸 곳곳이 가렵다. 샤워를 한 직후부터 계속 가려웠기에 안씻어서 가려운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난 원래 1년에 병원을 1번 갈까말까 할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자꾸 아프다. 코로나도 그렇고 이런 쓸때없는 두드러기도 그렇고. 무엇이 나를 이렇게 연약하게 만들었을까. 다시 한 번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를 외치면서 푸쉬업을 할 때가 되었나보다. 고마워 최장우. 내가 나약해질 때 마다 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넌 최고의 룸메였어.

 

내가 잔 사이에 엄마는 운동 유튜브를 틀어놓고 운동을 하셨다고 한다. 다행히 건강이 팍 나빠지거나 그러시진 않은 것 같다. 아빠도 집에서 운동하셨다고 하시는데, 나도 빠질 수 없지. 컨디션이 괜찮다면 내일부터는 조금씩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거의 하루종일 침대위에 누워있거나 앉아있는데 이 침대가 썩 좋지 않아서 온몸이 뻐근한 느낌이다. 최소한의 스트레칭이라도 해야할 필요를 느낀다. 

 

다시 격리시설에 들어올 기회가 있다면 필요없는 양말들은 다 갔다버리고 악력기 하나, 5kg 아령 하나 정도만 들고 와도 좋지 않을까 싶다. TV를 잘 보지 않는 우리 가족의 특성상 여기에서의 시간은 참 느리게 간다. 시간과 정신의 방은 원래 부모님이랑 같이 오는게 국룰이긴 한데.....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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