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인교회를 다녀왔다.
20년지기 친구의 조카의 남자친구... 남에 가까운 사람에게 픽업을 받아서 차로 20분정도 거리에 있는 교회에 다녀왔다. 하와이와 뉴옥에서 한인교회를 다닌게 벌써 15년도 더 됐으니 어렴풋이 그 느낌만 기억하고 예배를 드리러 갔다.
11시 40분에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 교회는 여러모로 날 놀라게 만들었는데
- 성가대에 백인 선생님이 계셨다. 아니, 복음성가를 한국어로 하는데 세상 잘하시네....
- 파리가 없다! 어떻게 없앤건지 좀 알려주면 좋을텐데
- 생각보다 청년이 많다. 오늘 출석인원만 20명. 예상치 못한 규모의 인원이다.
- 생각보다 워홀러는 없는것 같다. 한명 한명 물어보진 않았지만, 워홀러보다는 현지 거주자들이 많아 보였다.
예배 이후에는 비빔밥을 먹었는데 되게 오랜만에 교회에서 주는 밥을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초등학교 이후 처음인 느낌적 느낌. 그리고 내가 호주와서 쌀을 한번도 먹은 적이 없단걸 깨닳고 혼자 ㅠㅠㅠㅠㅠ 입틀막하면서 먹었다. 존맛이였습니다 권사님들.
어제 빨래한게 덜 말려진 상태에서 입고왔나. 괜히 내 몸에서 냄새가 나는것 같다고 생각이 들자 또다시 움츠려들기 시작했다. 다한증 PTSD는 이렇게 종종 예상외의 시간과 장소에서 날 괴롭힌다.
눈치를 못챈건지, 날 배려해준건지, 아니면 진짜 내 냄새가 아닌건진 모르겠다만, 다들 에어컨 청소가 안되서 냄새가 나는것 같다고 이야기해줬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워서 또 혼자 ㅠㅠㅠㅠㅠㅠ 이러고 있었다는걸 알고 있을까. 당연히 모르겠지.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있는 도중, 한 통의 전화와 한 개의 문자가 왔다.
확인해보니, 어제 방문해서 알아본 쉐어하우스 두개가 모두 sold out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Oh, God! Please! 세상 만사 안타깝게만 느껴졌지만 어쩌겠나. 내 판단력 이상의 상황이였는걸.
집에 오자마자 검트리와 퍼참에서 쉐어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한 30분정도 여러 마스터들과 연락을 하던 중, 한 집이랑 연락이 되어 바로 인스펙션(여기선 방문해서 확인하는걸 inspection이라고 하는거같은데, 정기점검같은 어감이 든단말이지) 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까지 진행했다! 예상했던대로 계약서 따윈 없고 그냥 구두계약+본드비 납입으로 진행되는 그런 계약.
개인적으로 쌀이나 세제, 물 등을 제공해주는 곳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하고 있었는데, 여기는 다행히 마스터분이 룰을 세세하게 만들어놓으실 정도로 관리를 잘 하셔서 룰 안에서만 지내면 신경쓸 것은 전혀 없을 듯 하다. 입주는 다음주 수요일!
마스터 아주머니와 떠들고있다보니 나에게 방을 인수인계해줄 사람이 들어왔다. 딱 돈을 내밀고 있는 순간이여서 급하게 말을 걸어 여기 어떠냐고, 아주머니는 귀 닫으시라고 ㅋㅋㅋ 혹시 불편한거 없었냐고 물어보았다. 인수자 워홀러와 마스터 아주머니가 서로 떠나는걸 아쉬워하는걸 보고 괜찮겠구나 싶어 바로 돈을 지불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멀리서 왔다고 생수 한 병이랑 다이어트 콬을 주셨다. 인수자 워홀러에게는 '혹시 버리고 갈 물건 있으면 남겨줄 수 있느냐' 라고 물어봐서 꽤 많은 생필품들이 생길 예정이다. 아주 훌륭한 케이스야!
난 내 계획이 틀어지는걸 매우 싫어한다는 걸 알고있다. 근데 여기와보니 계획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요 몇 일 마음이 심란했지 않았을까.
쉐어하우스 계약을 하고 집을 가는 길에 언덕 넘어로 핑크빛 하늘이 보인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나름 4일만에 집도 구하고 내일은 괜찮은 조건의 중고차도 보러가기로 했는데. 이정도면 외지에서 선방하고 있는거다 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본다. '괜찮아질꺼야' 보다는 '잘하고있어'로 마음의 방향을 바꿔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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