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에 도착해버렸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Koalas Perth City Backpackers Hostel 이라는 곳. 부킹닷컴에서 한국인 리뷰가 거의 없고 조리 가능한 주방이 있다 그래서 결정한 호스텔이다.
시설도 나쁘지 않고 사람들도 나이스해서 참 좋다! 근데, 여기 한국인들 참 많다. 말 나눈 한국인만 다섯 명이고 두세 명 정도 더 있는 듯한 느낌이다. 좋은 사람들과 익숙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보니 나쁘진 않은데, 마냥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스무살 동생들이 외국인들과 이야기하고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부러움과 씁쓸함이 마음 한 구석에 있다. 다들 호주 온지 한두달이 넘은 친구들이라 그런걸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진 않으려고 한다.
호스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스완강가에 갈 수 있다. 첫 날, 숙소에 체크인하고 산책을 했는데 그 풍경과 여유로움이 너무 좋아서 ㅋㅋㅋ 혼자서 입틀막하고 내일 꼭 조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버렸다. 덕분에 오늘 아침 오트밀과 우유를 대충 먹고 30분정도 뛰고 왔다. 아직 오른쪽 무릎이 덜 나았는지 하루종일 욱신욱신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였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그냥 산책만 하는걸로 :)
오자마자 커먼웰스 카드 받으러 지점 방문하고, TNF신청하고, 유심문제로 싸우고 (pre-paid로 해달라고 했는데 pro-paid로 진행해준 망할 공항직원...) 굵직굵직한 일들을 처리하고 혼자 시티투어까지 했더니 매우 힘들었나보다. 저녁으로 20살 동생과 맥도날드 대충먹고 바로 떡실신해버렸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여서 야경이 볼만 하다던데, 조만간 체력좀 남으면 밤산책도 한 번 해봐야겠다.
이렇게 하루종일 걸어다니는건 오랜만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요 근래 여행은 대부분 다 운전해서 다녔기에, 옛날 동남아와 유럽을 가있었을 때 하루에 10시간씩 어떻게 걸어다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도 확실히 걸었을때 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보니(지리, 목소리, 문화 등), 안걸을래야 안걸을 수 없다. 선물로 받은 휴족시간을 쓸 타이밍인것 같다.
오늘은 울월스(Woolworths)에서 나름의 장을 봤다. 식비가 비싼 것 같아 조리해먹고는 싶은데, 판매 단위가 크다보니 밀프렙을 하는걸 목표로 고기랑 채소 이것저것을 사서 왔다. 저녁시간에 밀프랩을 하는 대민폐를 부리고싶지 않아서 후딱 장을 보고 5시까지 네 개의 도시락을 만들어놨다. 형 결혼식때문에 요즘 먹는 양이 줄었더니, 여기와서도 많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는다. 다행이지 뭐. 근데 여기 사람들은 7-8시가 저녁시간인가보다. 내가 밥을 먹던 6시 정도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바글바글하다. 5시가 퇴근시간이라던데, 다들 어디서 놀다들어오는걸까?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은사님, 친구들, 심지어 예전에 가르친 친구들까지! 그들 덕분에 멀쩡히 날아오고 밥도 해먹고 하는 느낌이다. 받은 에너지만큼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러기엔 퍼스는 너무나도 평화롭고 여유롭다! 돈 많은 백수로 퍼스에서 산다면 정말 너무너무 행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 하루. 그래도 텐션은 유지해야하기에, 가게부와 Daily Report는 계속 쓸 예정이다. 뒤돌아봤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너무 안타깝잖아. 여기도 일기장처럼 쓸 가능성이 매우매우 농후하다. (정보전달을 꿈꾸던 여기는 푸념이 되어버릴 예정이다.)
내일은 프리멘틀 마켓을 가보려고 한다. 카메라 하나 들고 짤랑짤랑 여행해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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