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탈주의 날이다. 탈주닌자가 강한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늘 그러하듯, 오늘도 날씨가 정말 좋다. 다만 요즘 이상기후로 인해 38도에 가까운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 그래도 오늘의 이사는 호주인 아저씨(집주인 남편인 것 같다)가 픽업와주셔서 다행히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
짐이라 해봤자 캐리어 하나, 울월스 쇼핑백 하나, 그리고 내 백팩이 전부다. 대충 차에 넣어서 한 10분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니 쉐어하우스에 도착했다. 버스로는 40분 걸릴 거리를 10분만에 오다니, 역시 이 동네는 차가 있어야한가보다.
저번에 집을 살펴보러 왔을 때, 나에게 방을 인수인계 해주시는 분과 잠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혼란한 틈을 타 '혹시 버리실 물건들이 있으면 저에게 주십시오'를 말씀드려놓았더니 수많은 양념장들과 헤어드라이기, 멀티탭 등 필수품들을 인수인계해주셨다. 워홀러들에게 쓰레기 버리는 것도 고생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던지라 혹시나 해서 부탁한 것이였는데 땡잡은 느낌이다. 많게는 10만원정도...? 세이브 하지 않았을까.
긴장이 풀려서일까, 큰 일을 해내서일까. 잠깐 눈을 감았는데 두 시간 정도 잔것 같다. 호주와서 처음으로 낮잠을 잤는데 어느정도 이곳에 적응이 된것 같다는 생각과 어제 로트네스트+한인교회 콤보가 무리였나 싶은 생각도 든다. 가끔 하는 유일한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를 켜보니 이 동네에서 포켓몬 잡기는 글렀다는 판단이 든다. 하긴 주택가만 있는 동네에 뭐가 있겠나.
내일은 차량 픽업+인수인계 신고도 해야하는 날이다. 필수 서류로 요구되는 것 중 준비해야 할 것은 면허증(공증이 필요하다고 한다)과 bank statement이다. 공증은 모닝글로리에 연락했으나 잘 연결이 되지 않아 유학원에 위탁했고, bank statement는 신청했다만... 발급하는데는 2일이 걸릴 수 있다고 써있다. 아마도 내일 시티에 가서 지점을 방문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너무 더운 시간이 좀 지나 7시쯤 밥을 먹으러 나가본다. 주택가다보니 근처에 식당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큰길 건너편에 있는 쌀국수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구글리뷰를 보니 '비싸지만 맛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대부분. 오늘 점심도 방주인이 준 쿠키와 빵으로 해결했는데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자 싶었다.
13불(만 원)정도 하는 가격에 쌀국수가 나온다. 퍼스 첫날 먹었던 쌀국수+콜라가 15불이였던걸 봤을 때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 않나 싶다. 쌀국수 국물을 달달하게 하는 가게들이 많은데 여기는 전혀 그러지 않아서 오랜만에 국물까지 다 섭취했다. 고기도 부드럽게 잘 익었고 숙주도 충분하리만큼 많이 넣어준다. 근데 저 박하잎같은 저건 도대체 어떻게 먹는건지 모르겠다. 몇번을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맛. 결제하고 집으로 와보니 방금 먹은 쌀국수가 결제가 안되어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뭐 알아서 되겠거니 한다.
방이 너무 더워 1층 거실로 다시 나왔다. 노트북으로 노래를 틀고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아까 오후에는 이력서를 쓰면서 마음이 매우 강퍅해졌는데 다시금 안정이 되어간다. 직장만 구하면 큰 걱정 없이 여기서의 삶을 하나 둘 씩 즐겨갈 수 있을텐데. 불안 반 기대 반이지만 곧 불안이 없어지길 바란다. 한 달 안에는 구해지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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