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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36] 퍼스 아사히 공장 첫 출근, 콜잡의 아쉬움

오늘은 첫 출근을 한 날이다. 집에서 차로 7분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아사히 공장으로 6시까지 가야했다. 오늘 근무는 6 to 6, 12시간 근무! 다섯시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먹고, 도시락도 만들고 출발하니 거의 딱 맞게 도착했다.

 

팽-하

6시에 도착했지만 왜때문인지 런치룸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한 30분정도 뉴스를 보면서 (호주와서 처음 보는 호주 방송이다) 기다리니 행정직원 한 명이 흑인 친구를 따라가라고 이야기한다. 주섬주섬 머리망과 이어플러그, 보안경을 쓰고 공장에 들어가니 드디어 공장 내부로 진입. 밖에서 보이는 것 보다 세네배는 커 보이는 공장이었다.

 

하루종일 만졌던 물통. 하나에 12불정도 하는구나.

내가 배정받은 라인은 pure water manufacturing. 말 그대로 생수를 제작하는 공정이다. 요근래 라인을 돌리지 않다가 오늘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인지, 라인에 먼지란 먼지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주변 정리와 셋팅을 진행한 후 작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생수를 제공하는 파이프라인이 문제가 생겼다. 한 30분 기다려서 물이 안나오는 현상을 고쳤더니 이번엔 유통기한을 적어주는 프린터가 고장. 뭐 그래서 출근은 6시에 했지만 실제 근무는 7시반정도부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개였다. 저 물통 상단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는것(측면은 기계가 붙인다), 밀봉이 끝난 물통을 옮기는 것, 그리고 오존 농도를 측정하는 것. 오존 농도 측정은 30분에 한 번씩 이루어졌는데 왜인진 몰라도 내가 전담해서 측정했다. (아시안이여서 시킨걸까? 알 수가 없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생수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오존살균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아마 그 오존 잔여량을 확인하는 단계였던것 같다. 

 

오전 내내는 스티커만 붙였다. 빈 통과 스티커만 옮기고 붙이고 하다보니 전혀 힘들진 않았다. 심지어 오전 쉬는시간도 주고! 

점심 먹은 이후에는 통을 나르는 라인으로 옮겨졌다. 말이 나르는 거지, 그냥 팔렛에 차곡차곡 쌓으면 포크리프트가 처리해주다보니 크게 힘들진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팔이 뻐근하겠구나...싶은 느낌.

 

여기 사람들도 힘든일 안하려고 눈동자를 굴리는게 보인다. 오늘 라인에서는 슈퍼바이저를 빼고 4명이 일을 했는데 흑인친구는 최대한 느릿느릿, 틈만 나면 슈퍼바이저랑 떠들고 있고 ㅋㅋㅋ 퍼스 태생인 젊은 친구는 계속 화장실로 도망가거나 통 옮기다가 자꾸만 스티커쪽으로 기어온다. 호주인 아저씨는 포크리프트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ㅋㅋㅋ

콜잡이다보니 쉬프트를 많이 받기 위해선 슈바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뭐, 그들이 눈동자를 굴리면 그냥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서 일을 했다. 당분간만이다 이짜식들아....

 

퇴근 30분 전이 되자 라인을 정지시켰다. 런치룸에 있는 냉장고를 물병으로 가득 채우니 한 10분정도 남았다. 콜잡인 직원들에겐 그냥 가라고 했지만 나는 혹시나 싶어서 6시까지 기다려봤다. 근데 별거 없었다. 그들도 6시 땡하니 퇴근지문 찍고 그냥 바로 가더라. 내일 또 보면 좋겠다고 팀원들과 악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또 1인분에 실패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다 먹는다.

 

집에 오니 고기가 땡겼다. 근데 해동해놓은 고기가 없어 그냥 찬밥에 볶음밥을 해먹기로 했다. 밥을 먹으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혹시나 싶어 퇴근하면서 내일 근무를 물어봤지만 담당자로부터 '내가 알기론 너 오늘만 일한거야. 쉬프트 생기면 말해줄게'라는 답장을 받았다. 내일은 푹 자면 되겠구나 싶다.

 

싸이 콘서트 라이브를 틀어놓고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오랜만에 하루를 알차게 보낸 느낌. 내일 팔이 조금 아플테지만 요즘 너무 잘 먹어서 살찐것도 있으니,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해져보면 좋겠다. 주말에 바나나랑 채소들좀 사와야지.

 

 

 

 


(추가글)

어제 11시까지 유튜브를 보다 잤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힘이 없었고 일찍자고싶진 않아서 그냥 개겼던 것 같다. 

근데 오늘 아침 6시에 전화가 두 번이나 왔다. 문자도 하나. 오늘 아사히 공장에서 일할 수 있냐고 물어본 것. 나는 9시쯤 일어나서 부시시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가뜩이나 전화 영어가 안들리는데 잠결까지 더해져서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늦게전화해서) 오늘은 올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던것 같다.

 

오노..... 말도 못알아듣는 놈이라고 짤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행히 오후1시쯤, 다음주 쉬프트를 배정받았기에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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