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34] 웰시풀 공장 이력서 지원, 취업, 콜라감별사, 해피뉴이어!

저번 이력서를 돌린지 딱 2주가 지났다. 오늘은 드디어 두 번째 이력서 돌리기의 날.

 

친구로부터 공장에 이력서를 돌릴 때 팁이 있냐 물어봤더니 아침 6시부터 매니저들이 출근하니 7시쯤 가라는 이야기와 작업복(안전화+형광옷)을 입고가면 더 좋아할거라는 팁을 주었다. 그래서 그 말씀 그대로 아침 7시부터 이력서를 돌려보기로 했다. 오늘 목표는 집에서 가까운 웰시풀쪽 공장지대. 

 

웰시풀에 공장이 이렇게 많을줄이야

사실 웰시풀을 오늘의 목적지로 정한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었고 (차로 10분이면 간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웰시풀의 팬 제작공장을 소개받은 것도 있었고

교회 목사님이 일하고 있는 공장(역시 웰시풀)에서도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겸사겸사 결정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여서 그런지 반 정도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총 15개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왔다. 저번에 11개 회사를 전달하는데 하루종일 썼던걸 생각해보면 굳이 메이저 공장 취업만이 답이 아닌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장은 지나가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구글에서 회사를 검색해서 기초적인 내용을 알아본 후 지원하였다.

 

지난 글을 참고해서 비교하면 좋을 것 같다.

 

[D+20] 강제휴식, 이력서 돌리기

오늘의 출근 장소는 집에서부터 차로 50분정도 거리에 있는 집. 점심 도시락으로 브리또를 만들어갈 예정이였으나, 고기를 해동해놓지 않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파스타를 만들어갈 생각을 했다. 넉넉잡아 6시 반..

badack.tistory.com

 

Ilonka Foods : 저번에 들렸던 Atmos가 인상깊게 남아서 한 번 더 들리려 했으나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공장 근로자들은 출근했지만 오피스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건너편에 있던 비슷한 음식 물류회사인 Ilonka Foods에 지원! 저번에는 찾으려해도 안보이더니 이번엔 가자마자 리셉션이 딱 보였다. 리셉션 관계자가 매니저 전달해주겠다고 하고 끝.

 

ACI Plastic Packaging : 역시 저번에 들렸던 Red Dot Office를 가보았으나 아직 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옆에서 Red Dot의 물류를 다루는 회사처럼 보이는 곳에 가서 이력서를 내고 왔다. 아시안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 드문 웨어하우스였는데 껄껄거리면서 이력서를 받아주는 보스가 인상적이였다. 

 

Lion Dairy & Drinks : 유제품을 제작하는 공장이란다. 근무환경이 시원할 것 같아 들어가보았는데 키오스크로 접수를 하는 듯했다. 누구와 미팅을 잡았는지 물어보는 리스트에는 가족경영임이 뻔히 들어나는 성씨들이 있었고 ㅋㅋㅋ 결국 아침에 퇴근하는 공장 근로자 한 명을 붙잡아 물어보았더니 자기도 잘 모른다고. 나중에 액자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고용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써있지 않았다. 아마도 에이전시를 통해서 들어오는 곳 같았다.

 

Stefani Pure Water : 목사님이 다니시는 웨어하우스다. 한 건물을 두 회사가 나눠서 쓰고 있는 양상이였는데 들어가보니 목사님도 안계시고 매니저도 없단다. 전달해주겠다는 직원덕분에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10시쯤 되니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인 매니저였는데 9시반부터 출근하는 사람이였고 시급은 26불 정도, 시프트는 한 주에 30시간정도밖에 주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것들은 다 좋아도 시프트가 너무 작은 것 같아 패스하기로 했다. 그리고 너무 더운 공장이야!

 

Analytical Reference Laboratories (ARL) : 여러 규정들이 건물 외벽에 써있는 것을 보고 그래도 어느정도 관리가 되고있는 회사겠거니 싶어 검색해보았다. 찾아보니 생물학 분석 랩실같은 회사였는데 내 전공인 바이오를 드디어 써먹을 수 있을까 싶어 일단 들어가보았다. 리셉션에 물어보니 사람을 뽑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바이오 전공했다고 랩실 생활을 잘 안다고 이야기하니깐 일단 이력서를 받아갔다. 근데 뽑아주진 않겠지. 

 

PTE Group : 트레일러를 대여하는 업체였다. 근데 뒷편에 큰 웨어하우스가 있길래 여기도 정리할 일이 필요하겠거니 싶어 들어가보았다. 특별한 것 없이 이력서 내고 끝.

 

Aggreko : 건설장비 판매와 대여를 하는 업체다. 혹시나 싶어 들어갔더니 리셉션에 할머니가 계신다. 저 연세에 여기 계신단 것은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을것이라는 판단에 열심히 떠들어 보았지만 '퍼스 사무소에서는 채용을 하지 않는데 멜버른 사무소는 채용중이니 소개해줄까?' 라는 대답을 듣고 그냥 퍼스에 자리 있으면 알려달라 이야기하고 나왔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영어로 해피뉴이어를 들었다. 다음 방문하는 곳부터는 마무리 인사로 해피뉴이어를 하는 걸로. 

 

Minprovise : 골목을 들어갔는데 왠 삐까번쩍한 큰 건물이 있었다. 알아보니 굴삭관련 장비들을 판매하는 곳인듯. 역시나 일단 들어가서 이력서를 냈지만 결국 그냥 리셉션 아주머니가 얼마나 바쁜지를 듣다가 나왔다. 

 

Feaver Tools : 사무실 문이 닫혀있어 방황하니 공장 어디선가 근로자 한명이 나와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너희 리셉션 오늘 닫은거냐고, 나는 이력서를 내러왔다고 말하니 전달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왠지 저 종이는 그냥 땔깜이 될 것같은 느낌적 느낌. 

 

Arcadia :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팬 제작업체이다. 근데 막상 가보니 그냥 건축 자재들을 다 다루는 곳이더라. 리셉션이  닫아서 방황하는데 주변에 담배피고있는 근로자를 발견, 문 닫은건지 물어보니 보스에게 전화를 바로 해본다. 알고보니 리셉션은 닫았지만 보스와 팀원들은 내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작업현장에 들어가서 페인트 범벅인 보스와 악수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력서를 넘겼다. 1월 6일부터 일을 시작해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아하니 급하긴 급한데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아보였다. 무엇보다 공장에 철가루들이 폴폴 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아서 그렇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Crommelin : Arcadia 바로 뒷편의 공장. 워터푸르프 작업을 하는 곳이라던데 건물외관이 나이스해서 들어갔다. 특별한 것 없이 이력서 제출 완료.

 

Coates Hire Perth Portables : 건설 장비들을 대여해주는 회사. 리셉션 직원에게 일구하러 왔다 하니 '우리 보스 오늘 바쁨. 근데 혹시 모르니 한 번 물어볼게'하고는 바로 보스에게 가는게 아닌가. 덕분에 처음으로 인터뷰같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 온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일은 해본적이 있는지, 포크리프트는 몰줄 아는지 등등. 그리고 내가 일을 하게 된다면 너는 공사장용 간이 화장실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와우....) 복장은 어떠어떠한지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뭔가 암담하지만 일단 인터뷰를 봤다는 것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AirGroup Australia : 비행기에 들어가는 환기장치와 에어컨같은걸 만드는 회사다. 규모가 어머무시했는데 특별한 것 없이 이력서만 내고 끝났다. 

 

Allied Recruitment : 다른 블로그에서 본 인력사무소다. APG처럼 하루 왠종일 쓸것을 주려나 싶었는데 그냥 이력서만 받고 끝났다. 나에게 아주 관심이 없는건 아닌지 자격증들 유무여부를 하나씩 물어보았다. 아마도 포크리프트나 화이트카드가 있으면 연결해줄 수 있는 기업이 많나보다. 

 

Asahi Beverages : 집에 가려는데 근처에 아사히 공장이 있는걸 보아서 방문해보았다. 리셉션 벨을 누르고 기다리니 휴고 위빙을 닮은 직원 한 명이 나오더니 여기서는 채용을 하지 않는다며 에이전시로 가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혹시 이름을 알려줄 수 있냐 물어보니 명함 하나를 건내주었다. 

 

Staff Australia - Employment : 아사히에서 보냈다고 이야기하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내 개인등록을 마치니 아사히 인덕션까지 한번에 진행했다. 방에서 이것저것 쓰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끝. 안내해주는 직원이 정말 친절해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저녁은 교회 청년부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기로 한 날이다. 나는 채소를 담당하기로 해서 이력서를 돌리고 오는 길에 Spur Shed를 들려서 이것 저것 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Hello, you are rostered ON at Asahi Beverages Manufacturing, 100 Pilbara Street Welshpool, 6'106 for Thursday 2nd of January 2020: 6 AM-6 PM on the Bulk Water Line.
Please ensure you wear Long Sleeve Work Pants, Long Sleeve Hi-Vis Shirt and Steel Capped Boots.
Please ensure you have completed your Work Pro Safety Induction PRIOR to your shift.  Thank you, Staff Australia 0861646800

 

와우. 두 시간도 지나지지 않았는데 시프트가 잡혔다는 문자가 왔다. 긴팔작업복, 긴바지와 온라인 인덕션을 수행하라는 문자. 오늘 다섯시부터 청년부 모임이고 내일은 1월1일이니 오늘 당장 옷을 사러가야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채소를 던져놓고 웨스트필드로 출발.

 

일해라 펩시콜라.

성공적으로 옷을 산 후 기분이 좋아져 요가매트까지 하나 샀다. 신나게 주차장으로 가는데 펩시콜라 이벤트 부스가 있어 참여를 해보았다. 말로만 듣던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트!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한 번만에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이야기했으며 민망해하는 직원은 '너는 코카를 골랐지만 우리는 펩시를 줄거야'라며 사은품으로 펩시콜라 한 캔을 주었다. 한국에서 이런 부스 알바를 하는 친구들이 떠올라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고생이 많아들...

 

고기+고기+고기+고기쯤 되려나

퍼스에 와서 비삼을 먹게될줄이야. 비빔면과 삼겹살, 소시지, 제육볶음, 미트볼, 미트파이, 소시지롤 등 고기에 고기를 더한 저녁식사가 이루어졌고 나는 또 과식을 해버렸다. 송구영신예배가 끝나고 집에 오니 2시쯤 되었는데 그 때까지 속이 더부룩.

 

12시가 넘어가는 순간이 되니, 사방에서 폭죽 소리가 났다. 혹시나 폭죽 구경을 할 수 있을까싶어 카메라도 가져갔지만 나는 꼼짝없이 에배를 드렸고 폭죽소리와 그것으로 인해 잠에서 깬 새들의 컴플레인 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만끽했다.

 

근데 송구영신예배는 따뜻한 오뎅국물 호호 불어먹으면서 추위에 몸사리는 맛인데. 땀을 뻘뻘흘리면서 있으니깐 아무래도 새해 느낌이 살지 않는다. 밖에서 친구들이랑 맥주 한잔 하면서 폭죽을 봤으면 좀 달랐으려나.

 

새해는 새해인가보다. 집에 오는길이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걸어다니는 무리들이 종종 보인다. 어디서 파티라도 한 듯해보이는 그들이지만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새해에는 잘 될거라는 기대일까? 그래 뭐, 기대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지. 

 

2020년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본다 .부디 이 경험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길.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