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후로 뭔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안좋은 방향으로.
집에서 있다보니 자꾸 폰을 만지작 거리게 되고 밖에 나가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머리속에 생각은 복잡한데 실천 하는 것은 1도 없는 상태가 만들어졌다. 평소같았으면 웃으며 넘겼을 일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어제부터 갑작스럽게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아프던 것이랑 거의 비슷해서 조금 무섭다. 안그래도 오늘 목사님 통해서 제안받은 회사가 '다리는 건강해야하는' 회사라고 들었는데 마음속에 돌 하나가 또 떨어진 느낌이다. 일하다 더 크게 다치면 어떡하지, 일을 못구하는건 아닐까 등등.
일단 셀프탁상공론은 나에게 큰 영향력을 주지 않는 것 같아 집구석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돌릴 이력서도 출력할겸, 빅팍 office works를 방문했다.
운전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요 근래 스쳐지나간 기회들이 아쉬웠다. 펜더 통기타 중고거래를 쉐어하우스 마스터와의 불화로 진행하지 못했던 점, 좋은 일자리였지만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해서 내가 알아듣지 못했던 점 등등.
다행히 곧 긍정충이 등판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는 것, 주변 사람들의 인맥을 활용하는 것, 무릎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쇄를 마친 이후에는 집이 아닌 swan river를 방문하기로 했다. 요 몇일 산책을 안해서 몸도 마음도 피곤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탁 트인 공원과 하늘, 강을 바라보니 마음이 풀린다. 30분도 채 안되는 그 산책이 나에게 큰 힘을 가져다 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나는 밖에 나와야 하는 사람이구나 싶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겸사겸사 운동과 영어공부를 하루 1시간씩 꼭 해보자고 다짐했다. 얼마나 지켜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만 그래도! 어짜피 운동도 평생 할 것이고, 영어는 지금 당장도 엄청 필요하고 나중에는 더더욱 필요할테니. 친구에게 영어공부하라고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나부터 열심히 해보자.
humans of seoul에 올라온 포스팅을 보았다. 행복을 보드에서 찾았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려고 여기 왔고, 첫 날 스완리버를 걸으면서 너무나도 행복해했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여기가 좋은 이유는 돈을 많이줘서도 아니고,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이 환경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니 마음껏 만끽하고 누려보자. 틈만 나면 산책하고, 밖을 나돌아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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