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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movie, drama

킹덤 시즌 2 : 이데올로기 대립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좀비

킹덤을 보았다. 시즌 1이 나왔을 당시, 결말이 깔끔하지 못한 채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든다고 해서 지금까지 쭉 기다리다가 한 번에 정주행하였다. 

 

매력적인 좀비들이 많다. 사물놀이패 좀비라던가....

킹덤은 모두가 알다시피 좀비영화이다. 물론 작 중에서 좀비라는 표현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지만 '역병'이라고 불리는 그 형태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좀비와 매우 흡사하다. 조선판 워킹데드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수준의 좀비물이라고 생각하면 쉽지않을까 싶다. 물리면 전염되고, 매우 빠르게 뛰고, 머리를 잘라야만 죽는 좀비들이 죽창에 찔려 죽는 모습이라. 생소한데 징그럽기도 하고 여러모로 신선하다. 

 

주로 내가 접한 좀비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좀비 영화가 많았다. 물론 작품마다 차이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좀비'라는 비인격체에서 오는 공포를 기반으로 스릴러와 공포, 액션으로 작품을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 물론 좀비가 나오는 코미디 계열은 제외하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킹덤은 내가 접해왔던 좀비물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소재가 좀비가 아닌 정치 이데올로기에 있다는 느낌.

 

 

정치극 주인공 둘과 조선에 있는 현대인, 그리고 스피드웨건

이 드라마에서 좀비를 대하는 태도는 매우 단순하다. 시즌 1 초반에는 모두가 좀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며 초점이 좀비로 몰려있지만 회차가 지나갈수록 좀비에 연연하는 인물은 의녀인 '서비'뿐이다. 그녀를 제외하고선 더이상 좀비의 기원과 습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시즌 2 마지막화에서는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관심을 유도한다) 덕분에 서비 캐릭터는 설명충 스피드웨건이 되어버렸으며 이제 좀비는 '더이상 컨트롤 되지 않는 해원 조씨의 비밀무기' 수준의 단순한 도구로 떡락하고 만다. 

 

대신 작품의 서사는 왕가를 탐내는 '해원 조씨' 가문과 세자이지만 적통이 아닌 '이창'의 갈등으로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이창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동래(부산)에서부터 좀비사태를 해결하며 점차 한양으로 올라온다. 그와 대조되게 해원 조씨 가문의 수장인 조학주는 한양에서 자신의 세력을 굳건히 만든 후 이창과 좀비를 제압하기 위해 상주쪽으로 내려간다. 

 

건실한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두 세력의 갈등 뭐 그런걸 내포하고싶지 않았나 싶다. 작중에서 '훌륭한 왕이란 무엇인가' 라던가 '사람이란 어떤 것인가' 등등 현대적으로 바꾸면 참된 리더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자꾸만 던진다. 물론 이창은 모든 질문에 있어서 100% 정답률을 몸소 보이고 있지만..... 조학주 대감님은 그러지 못하다. 시즌 2 막바지에 계비의 아이 핏줄을 운운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냥 왕좌에 욕심이 있는 1차원 욕망덩어리 캐릭터로 굳어졌을텐데 그나마 그것은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많고 많다.

 

캐릭터란 이것이다 (희망편)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입체적이고 차선과 차악만을 선택하려고 애쓰는 캐릭터라는 것을 왕좌의 게임을 통해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라니스터를 좋아했다) 이창은 왜 성균관 유생들과 목숨을 걸며 비밀리에 반란을 꿈꿨는지, 조학주는 왜 현 왕가를 그렇게도 싫어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 각본 단위에서는 캐릭터의 배경이 있을 듯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서만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창이야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이니 죽기 싫으면 왕권을 가져야하는거라 이해할 수 있어도 조학주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조금 더 납득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 지식을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국강병을 위해 유교에 미친 나라에서 신하가 자신의 임금을 죽인다? 어후.... 말세여 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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