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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life

금요 묵클럽 1기 끝. with 묵돌

묵클럽 1기가 종료되었다. 

 

@mukdolee

우리는 총 4권의 책을 읽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묵돌의 <시간과 장의사>. 어떠한 기준에서 책이 선정된지는 내 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얕아서 잘 모르겠다만, 재미를 떠나서 훌륭한 책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고전 문학을 위주로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작가님은 말씀하시긴 하는데... 귀납적 추론에 따라서 '이전에도 훌륭했고 이번에도 훌륭했으니 앞으로도 훌륭할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을 따름. 

 

카페 뒷 쪽에 산다던 고양이들도 같이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웃음)

같은 장면, 같은 캐릭터를 같은 텍스트로 보았음에도 50명이 가지고 있는 이해는 모두 달랐다.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우주가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또래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이야기를 하고있자니 나 또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뭐... 지금도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라고 느껴지긴 한다만 조금은 빛나는 작은 존재 정도가 된 느낌적인 느낌? 

 

사실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신이 많이 있었다. 절대적으로 사람이 선하다고 평생 생각 해왔었는데 '아닐 수 도 있다' 라고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묵클럽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내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모임이 지속되면서 '여기 온 사람중에 악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불금 저녁마다 생업과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야 하는 그 중요한 시간에 고전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 묵돌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즐겨하며 심지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데 꺼리낌이 없는 사람들이 저 50명이다. 아 물론 묵돌 작가까지 포함하면 51명이다.

 

마지막 날, 우리는 새벽 5시 반까지 이야기를 하다 헤어졌다.

훌륭한 사람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냥 책읽는 모임을 나갔을 뿐인데 무려 첫 차를 탈 때까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대부분은 이번이 처음 통성명을 한 사이였는데도 말이다. 가장 인스턴트한 모임(매번 끝나면 대부분 뒤도 안돌아보고 집을 갔다)에서 인스턴트한 사람들을 만났는데도 올해 기준으로 가장 길게 이야기를 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만 어쩌면 그건 나만의 욕심일 수 도 있으니 기존의 크기보다는 조금만 작게 욕심을 부려보기로.

 

 

작년, 집을 떠나면서 책장을 없애고 책을 모두 정리했다. 지금은 텅 비어있던 그 공간에 딱 네 권의 책이 꽃혀있다.

언제 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소규모로 책모임을 진행해보고 싶은 욕망이 드는데, 솔직히 지금 내 상태가 안정되어있지 않기에 불안하기도 하다. 뭐, 땡기면 하는거겠지. 아마도 오늘 1기-2기 전환이 종료되는 시점에 스리슬쩍 글을 올려볼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어짜피 할 것이라고야 롤밖에 없을테니 그냥 기획이나 좀 해보자. (웃음)

 

 

아. 그리고 나는 (웃음) 이 싫다. 근데 전염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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