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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23 Bali

D+5 물갈이, 알라스 하룸, 라이브펍

자려고 누웠는데 몸이 추웠다.

매일매일 발리의 덥고 습한 기후에 질려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너무 덥다보니 숙소는 24시간 에어컨을 돌려놓았고, 잘 때도 이불은 커녕 티셔트도 벗고 자고 있었는데.

친구들과 방을 공유하다보니 에어컨과 팬을 끌 수는 없었기에 그냥 양말도 신고, 긴팔 긴바지 입을 수 있는건 다 껴입기로 했다. 

 

몸살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타이레놀 하나를 받아먹었건만 새벽이 되자 추위는 열로 바뀌었고

저번달 한국에서 식중독에 걸렸던 것 만큼 속이 뒤집어졌다. 

새벽 내내 화장실을 다니며 쏟아내다보니 아침.

원래대로라면 돌아오는 아침에 산책도 가고, 카페 가서 공부도 하고 그렇게 보낼 예정이였지만

하나도 하지 못할 것을 예감했기에 굉장히 속상해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야 내일이든 모레든 회복해서 돌아다는데 짐짝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비상시 비행기에서 먹으려고 가져온 수면유도제를 먹고 해가 뜨기 직전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이미 시간은 정오를 향해있었고 La 와 Lee은 둘만의 조식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숙소 조식. 여기서 과일다운 과일을 못먹어 말라가던 나는 내일은 꼭 과일을 먹으리라 다짐했다

대충 씻고 정신을 차렸더니 친구들이 오늘 일정으로 알라스 하룸(Alas Harum)이라는 곳을 제안했다.

여기는 녜삐데이때 La에게 내가 ‘여기 되게 괜찮아보이는데 우붓 가면 가보실?’ 했건만 철저하게 무시당했던 곳.

La는 그 때 다른데 정신이 팔려있어서 내가 이야기했다는 것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또륵

 

여튼 알라스 하룸 안에는 수영장도 있고 루왁 커피 체험장도 있고 식사도 가능하다보니 망설임 없이 바로 출발했다.

 

우붓에서 더 남쪽으로, 더 숲속으로 들어가야 알라스 하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택시기사분에게 오늘 비가 올것 같냐고 물어봤더니

발리는 원래 날씨가 이렇다며 비 안올테니 걱정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발리는 비가 2시간정도 콸콸 내린 후 금방 그친다고.

논밭 뷰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할 생각에 들뜬 우리는 망설임 없이 티켓을 내고 들어갔다.

*안에는 발리스윙, 자전거 등 다양한 액티비티 요소들이 있는데 거의 다 별도 요금을 받는다.

역시 기본 요금이 5000원대로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

 

다들 배가 고팠기에 점심먼저 먹자는 아주 훌륭한 판단을 했고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는 웨스턴 푸드에 진심이다 생각했다.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화덕피자도 하나 시켰는데 아주 굿.

점심을 먹다보니 밖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스콜이 내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구경했다.

 

주문을 하기까지 30분, 음식이 나오기까지 40분, 밥을 다 먹는데까지 1시간 반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빗줄기는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들 비가 올 때의 운동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일까?

풀장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비를 맞으면서 수영을 하고 있었고

그걸 본 우리도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우중수영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풀장에 들어갔…..는데

 

물에 들어간지 15초도 되지 않아 가드가 와서 우리를 제지했다.

그 이유인즉 ‘번개가 치면 위험하다’ 였다. 

여기는 산 중턱의 협곡같은 곳이라 근처에 피뢰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나무나 건물이 전혀 없다보니 그런 판단을 내렸나보다. 

 

한 20분정도 비를 맞으며 옆에서 기다렸지만 번개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자 우리는 그냥 카페에 가서 루왁커피 체험이나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루왁커피는 한 잔에 만원 정도 했는데 나에게는 큰 감흥 없이 쏘쏘한 맛이었다.

(La에게는 취향 저격이였는지 여행내내 맛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 시간정도 떠들면서 몸을 녹이고 이제 슬슬 가볼까 싶었는데

아까 비올 때 꺼놓았던 음악이 풀장쪽에서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어그로에 끌려버린 우리는 비가 그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고

30분정도가 지났을까, 비가 거의 그치자 사람들이 다시 수영장에 들어가는 걸 보고 다시 옷을 벗었다.

 

인스타 맛집으로 알려져있어서인지 풀장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고 들어오는 여성’이였고

우리와 같이 그냥 놀러온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자가 있어봤자 여자친구 사진 찍어주는 커플정도.

물론 서양인 비율이 90%인 곳에서 똥양인 남자 셋은 열심히 떠들고 열심히 수영하고 왔다 ㅋㅋ

 

 

비도 맞고 물놀이도 했어서인지 셋 다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오침 아닌 오침시간을 가졌다.

일어나보니 벌써 8시. 저녁은 어제 음식 픽업을 하러가다가 본 라이브 펍에서 먹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는 두 곳이 있었는데 어제 팝을 연주하던 곳은 블루스를 연주하고 있어서;; 들어갔다가 영 아니다 싶어서 나왔다.

나머지picipici 라는 곳은 팝 위주의 밴드 구성. 운좋게 밴드 바로 앞 자리에 안내받고 식사를 주문했다.

 

나시고랭, 미고랭도 맛있었고 공연팀의 퀄리티도 훌륭했다.

아직까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했기에 나시고랭의 1/3 정도만 먹고 콜라로 배를 채운 것 같았다.

다음 날에는 비치클럽을 가보자고 이야기했기에 혹시 모를 배탈을 대비해 알콜은 내일 올인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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