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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14] 무더위, 호주 중산층의 삶 일일체험, 보름달

오늘, 내일, 모레는 40도. 여긴 오븐속이다.

 

엄청 덥다! 이상기후의 진면목을 피부로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건조하니깐 덜 더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오산. 그냥 220도 오븐속에 들어가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썬크림을 바르던 안바르던 점점 내 피부톤은 딥다크해져가고 있다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노동의 끝에는 빛이 있었다.

 

찌는 듯한 날의 작업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퇴근하는 길에 본 저 뷰가 피곤함을 잊게 만들어주었다. 나무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은 현장 먼지들 때문에 고스란히 비쳐보이고 뒤의 공원에서는 현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안전화가 그렇게 편한 신발이 아니다보니 차에서는 편한 신발로 갈아신으려고 하는데, 저 뷰를 구경하느라 그럴 생각도 못하고 그냥 신고 집으로 와버렸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뷰였어.

 

 

체험 삶의 현장 '호주 중산층' 편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일요일까지 여행을 가셨다. 되게 조심스럽게 화단에 물주는 것과 댕댕이 산책시키는 것을 부탁하시길래 나도 그런 것 좋아한다며 냉큼 수락했다. 

덕분에 호주 중산층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퇴근 후 댕댕이를 여유있게 산책시키고, 집 앞 뒤 화단에 물을 주는 행위는 뭔가 이 삶에 더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느낌? 정말 오랜만에 댕댕이를 산책 시켜보는 것이라 나를 스쳐지나갔던 여러 댕댕이들과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ㅋㅋㅋㅋ 또 마냥 행복해졌다.

 

달이 정말 크다. 방에서 이렇게 찍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

 

요즘 보름에 가까워져 가는 듯 하다. 달이 차오르면 차오를수록 점점 더 커져보이길래 내일쯤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했다. 근데 불꺼진 방에 들어오니, 창 밖에 비친 달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세상에나 씻지도 않고 바로 삼각대에 카메라를 물려 방안에서 ㅋㅋㅋㅋ 창문을 통해 타임랩스를 찍어보았다. 300mm다보니 피사체 이외의 것은 없다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쁜 달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약 7분동안 77개의 사진을 찍어 추려보았다.

 

맬로가 체질 11화

 

영상을 노트북으로 출력하다보니 덕분에 오랜만에 폰으로 드라마를 보았다. 드디어 남주가 여주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보고있는 내 마음이 참 좋아진다. 

여기 있다보니 알게된 것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커플로 워홀을 온다고 한다. 의도는 어떤 것일지 몰라도 참 좋아보인다.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한 일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더 행복하겠지. 그런 커플들을 볼 때마다 잠잠한 마음이 한 번씩 흔들린다. 뭐 어쩌겠나. 피그말리온마냥 만들어낼 수도 없는 것이니, 그저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봐야지. 그래도 충분히 행복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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