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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20] 강제휴식, 이력서 돌리기

오늘의 출근 장소는 집에서부터 차로 50분정도 거리에 있는 집. 

점심 도시락으로 브리또를 만들어갈 예정이였으나, 고기를 해동해놓지 않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파스타를 만들어갈 생각을 했다. 넉넉잡아 6시 반에 일어나 도시락을 다 싸고 갈 준비를 해서 차에 올라탔는데 카톡이 하나 온다. 

 

대기왕 김대기

콜잡의 서러움이 이런 것일까. 네비를 찍고 있는 순간에 카톡이 온것이 아니였다면 나는 저 멀리 운전을 하고 있었겠지. 여튼 강제휴식을 선물받은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못해왔던 이력서 돌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이 이력서를 돌리기로했던 한 명에게 연락해서 오일쉐어겸 점심메이트를 만들어서 출발.

형을 픽업해서 office works에서 이력서를 출력한 후, 메인급 공장들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그 결과, 우리는 11개의 장소, 147km를 주행했다. 건진건 하나도 없지만 왠지 뿌듯한 일정이였다.

 

ALS : 돌공장으로 알려진 ALS는 자체적인 폼을 작성하게 했다. 들고간 resume는 같이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보관했으며, 운전면허가 있는지를 물어본 후 서류 상단에 적어놓는 모습을 보았다. 짧은 질의응답이 이어지는데 (나는 마지막 직장에서 한 프로젝트가 뭐였는질 물어보았다.) 나름 스무스하게 대답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APG : 닭공장 스테이글스 대행사로 잘알려진 APG. 사전에 검색해보니 '온라인으로 폼을 미리 작성하고 방문해야한다' 라고 이야기를 들어서 급하게 차에서 작성하려 했으나 웹친화적인 페이지에 통곡해버렸다. 포기하고 그냥 들어갔더니 올해는 더이상 뽑을 계획이 없으니 내년에 보자고 이야기하며 대신 자기네 인력풀에 올려놓을테니 폼을 작성하라며 한 덩어리의 종이뭉치를 주었다. 

 

ZOOM : 셀러드공장 primo의 대행사. 벨을 누르자 안에서 직원이 나왔고 일을 구한다 하니 이력서를 받는다. 그리고 끝. 10초도 안걸렸다. APG 옆에 있어서 간 것이였는데, ZOOM만 보고 왔다면 매우 크게 실망했을듯.

 

Inghams : 리셉션 문에 대문짝한 글씨로 더이상 이력서를 받지 않으며 인터넷으로 지원하라고 써있었다. 다행히 오늘 오전에 seek에 잉햄 process worker를 뽑는다는 글을 봤었고, 지원까지 마친 상태였기에 큰 실망은 없었다.

 

VESCO : 잉헴 바로 옆에 있는 베스코. 요즘 파스타를 많이 해먹는 나로썬 파스타 공장에 취업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을텐데싶어 방문했다. 잉햄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접수를 유도하는 통이 놓여져 있었지만, 그냥 이력서를 던져놓고 나왔다. 뭐 알아서 파쇄하겠지.

 

기내식 공장은 진짜 공항 옆에 있다!

Dnata Catering : 기내식 공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리셉션에 들어가있으니 한 아시아계 직원이 담당자가 지금 없다며 자신이 대신 테이블에 놔주겠다고 이야기한다. 고맙다고 하며 나와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들에게 지원하고 싶으면 APG를 통해서 지원해달라고. 역시 대세는 APG인가 싶었다.

검색해보니 Alpha Flight Services와 경쟁관계니 뭐니 이런 이야기가 있어 두 개 다 방문하려 했으나 두 곳의 주소가 같았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리브랜딩한 것이라고 써있더라고...

 

Alpha Flight Services to be Rebranded dnata Catering

The project, which will last three to six months, includes uniforms, vehicles, buildings and documentation. Roles, positions and employment contracts are not impacted.

www.aviationpros.com

Whistler : 초콜릿을 싫어하는 나로썬 별로 가고싶지 않았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지 않나싶어 들렸다. 주차를 하고있었는데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아저씨가 '야 우리 오늘 문 닫음! 그리고 올해는 안뽑을거야!' 해서 그냥 돌아갔다. 

 

Red Dot : 다이소같은 공간. 워홀왔었던 친구가 Red Dot에서 지금 시즌에 사람을 구할거라며 가보라고 권해줘서 방문했다. Head Office 주소를 찍으니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 멈추게 해서 당황하긴 했었지만 어찌되었건 잘 들어가서 잘 내고 왔다.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이야기하는걸 보니 올해 채용계획이 아에 없진 않나보다. 

 

Atmos : Red Dot 바로 옆에있는 식료품 회사인데 도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공장이 있다. 우측 공장을 들어가서 서성이니 한 청년이 나와 여기 아니라고 ㅋㅋㅋ 친절히 좌측 공장으로 바래다준다. '여기 우리 보스가 있으니 내가 내줄게!' 하면서 들어간 공간에는 5평 남짓한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보스는 맨 구석에서 내 레쥬메를 받더니 'Korean? our manager is Korean too.' 하며 옆의 한 여성을 가르켰다. 그분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역시 올해에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며 (처음만났지만) 성실한 사람이라고 어필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아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니, 레퍼런스가 중요한 회사로 보였다.

 

D'orsogna : 나의 사랑 돌소냐. 지금도 돌소냐 소시지를 먹으면서 쓰고 있다. 가공육 공장인 돌소냐는 매일매일 온라인 지원을 보내면 아무리 길어도 한 달 안에 인터뷰가 잡힌다고 쉐어하우스 마스터가 말했었기에 매일 아침마다 꾸준히 보내고 있다. 이렇게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 

주차를 하고 있는데 옆 차에 타고있는 백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니 같이 내리면서 '너네 여기 일자리 알아보러 온거야?' 하고 물어봐준다. 본인이 HR 매니저라며 친히 우리에게 악수를 권해준다. (크리스틴 당신이 퍼스의 sweetest야) 역시나 올해는 채용 계획이 없다며 미안하다고 연거푸 말하는 크리스틴. 이런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내년까지 기다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이스한 사람이였다. 

 

Primo : 셀러드 공장 프리모는 PM? 이라는 이름의 간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리브랜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여튼 들어가서 물어보니 담당자는 3시에 퇴근을 해서 내일 아침에 전달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늦게와서 미안하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하니깐 웃으면서 미안할 것 없다고 이야기하는걸 보니 기분이 좋아보인다. 역시 퇴근시간은 다 기분이 좋은 법인가보다.

 

생각보다 온-오프라인이 따로 노는 곳이 많다.

이렇게 첫 이력서 돌리기가 끝이 났다.

퍼스라는 도시 특성상, 정보의 업데이트가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다. 2016년도 정보를 보고 공장을 간 것이라면 나름 최신화된 정보인 수준. 그래서 몇몇군데는 허탕을 치기도 했으나 아에 의미없는 시간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I'm looking for job 보다는 I just wonder if you are hiring now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오늘의 목표로 잡았는데 다들 감사하게도 찡그림 없이 받아주더라. 확실히 고급스러운 문장을 쓰는 것이 포텐셜을 올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더 영어를 공부해야 할 이유가 생긴 느낌이다. 한인잡 탈출을 하고싶으면 공부를 해야겠다.

 

근데 오늘은 쉐어하우스 마스터 이모님께서 잡채를 선물해주셨다. 내가 만드는걸 옆에서 도와드렸더니 훈제고기? 육포? 도 주셨다. 어쩔 수 없잖아. 이건 술을 마셔야해. 단짠단짠의 극치야. 어쩔 수 없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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