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펑펑 놀아야지!' 를 외치던 나였지만 정작 주말이 되니 할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한 것이라곤 롤 호주서버 해보기, 캐로셀 장보기, 세차, 교회가기.
토요일에는 해가 진 후 잠깐의 타이밍을 이용해서 세차를 했다. 차를 받았을 때 부터 꼬질꼬질해져있는 상태였는데 무척이나 눈에 거슬려 청소도구를 사놓았었다. 다만 매일매일 40도가 넘는 폭염에, 근무 끝나면 해가 저버리기에 그동안 거사를 치루지 못했던 것 뿐.
땀을 뻘뻘흘리긴 했지만 세차를 하니 기분이 매우 모찌모찌 해졌다. 분홍색 노을과 멀리서 들려오는 캐롤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해보려 했다.
근데 이럴수가. 요즘 덥긴 많이 더웠나보다. 차에 붙여놓았던 핸드폰 거치대가 녹아버렸다. 전 주인이 쓰던걸 인수인계해서 사용하던거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다니. 교회를 다녀오는 길에 급하게 office works를 들려서 조그만 마그네틱 거치대를 사왔다. 돌아오는 주에 ebay에서 주문한 블루투스-FM 호환기가 도착하면 어느정도 차를 편하게 쓸 수 있을거란 기대도 가져본다.
캐로셀에서 술도 사왔다. 한국에선 씨가 마른 Wild Turkey를 45불(american honey), 100불(24캔, cola)에 사왔다. 원래는 금요일 퇴근길에 사오려 했으나, 본인인증 수단으로 여권만 인정해준다 그래서 토요일 다시 방문했다. 허니는 피곤한 날 한 잔씩, 콜라모델은 청량감이 필요할 때 한 잔씩 마시려고 한다. 버번 메인을 가지고 싶어서 산 것이였는데 허니는 너무 달달하다. 조만간 뇌조라 불리는 Famous Grouse 를 사놓아야겠다. 이것도 할인 하려나?
이번 주 나의 근무는 아침 8시 정도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진행되었다. 대략 10시간 정도의 근무지만, 이동시간은 시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니 하루당 9시간 일하는 셈. 시급을 20불 받고 있으니 이번주 근무로는 900불 정도 번 셈이다. 70만원정도? 한 달은 살 수 있을 돈이다.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쉽지 않다. 한국인만 계속 만나서 그런가 싶기도. 어제 오늘동안 한국에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사진들도 많이 돌려보고.
겸사겸사 20일부터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해 청소일도 쉰다고한다. 그래서 내 생각은 그때까지만 일하고 그 이후부터는 현지잡을 알아봐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본다.
그래서 세 곳에 이력서를 넣어놨다. 당연하게도 주말에는 HR 담당자가 출근을 안할테니 온라인으로만 지원했다. 한 곳은 주구장창 쉐어하우스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돌소냐. 퍼스에서 가장 유명한 공장중 하나인데 가공육, 특히 소시지와 햄 메인으로 가져가는 공장이다. 다른 곳은 레드 닷. 우리나라의 다이소 같은 곳인데 웨어하우스 일을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지원해보았다. 집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라 출근하게 된다면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 싶다. 마지막으로는 원 하베스트. 차로 20분정도 떨어진 공장인데 셀러드를 만든다고 한다. 홈페이지 채용란에 마침 채용이 떠있길래 냉큼 지원해버렸다. 이 더운 여름에 셀러드 공장에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꿈꿔본다.
매일매일이 덥다. 수목금토 4일동안 텃밭을 가꾸었지만 결국 깻잎 식구들이 모두 말라죽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쉐어 아주머니께서 너무 낙심하지 말라고, 이른 여름에 심어서 당연히 죽는 것이라고 다독여주셨지만 죽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도 탈진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얼린 생수를 2개씩 들고 출근하고 있다. 2월까지만 잘 버텨보면 기가막힌 날씨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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