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트라이얼은 하루이며 오늘만 시간당 18불, 내일부터는 20불씩 계산된다고 한다.
6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도시락을 싸가야 하기에, 어제 만들어논 고기반찬을 챙겨서 나오려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본인 점심 도시락을 나에게 주신다. 본인은 사람들이랑 식당가서 먹으면 된다며, 첫 날인데 화이팅 하라고 말씀해주신다. 아침부터 코 끝이 찡해진다.
차로 40분정도 걸리는 곳이 오늘의 일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카톡이 하나 온다. '현장이 변경되었어요.'
여유있게 나왔으니 망정이지, 출근시간 한시간 전인 7시 반에 변경 통지를 알려주는건 나로썬 당황스러웠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긴 했다) 잠깐 정차를 해서 급하게 네비를 다시 찍으니 8시 25분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쓰.
나는 '집 청소' 라는 것만 알고 갔다. 근데 이 팀은 조금 특별하다. 일반적인 건물이나 사무실 청소가 아닌 새로 짓는 집의 마무리 청소를 담당하는 팀이였다. 창문을 닦고, 붙박이장의 먼지를 닦아내는 일. 나는 캐비넷과 타일을 닦는 일을 했다. 서양인 세네명과 한국인 다섯명정도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두 무리가 한 팀 같아보이진 않았다. 의사소통을 한국어로 하는걸 보니 아마 이 팀은 한국인만으로 이루어진 느낌. 다들 친절하고 좋은데 only 한국인이라는게 아쉽다. 이런걸 바라고 온 것은 아니였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일단 살아가긴 해야하니 일은 하자. 그리고 틈틈히 이력서를 넣어보자.
엄마의 절친이 퍼스에 계신다. 저번에 한 번 식사를 같이 했었는데, 오늘은 반찬을 만들었으니 가져가라고 연락해주셨다. 마침 근무가 12시 반에 끝난지라, 집에 와서 옷 갈아입고 이모댁으로 고고.
덕분에 내 한상차림이 푸짐해졌다. 국은 절친의 지인이 선물해준 차돌박이 된장찌개. 이 타지에서 오이소박이와 시금치나물, 장조림,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니.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새삼 느끼며 더 감사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밥이 마음처럼 잘 안되서 심란.
엇그제 컨택을 시도했던 오지잡은 불발이 되어버렸다. 이번 추수 시즌은 이미 사람을 다 구했다고.... 그래, 이거까지 잘 풀리면 너무 잘 풀리는 것이겠지. 일하면서 틈틈히 공부하고, 이력서 돌리고 해봐야겠다.
정말 오랜만에 한참동안 visualsfrom 영상들을 보았다. visualsfrom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팀인데 가끔 이렇게 정주행 하면 마음이 참 좋다. build up 되는 느낌? 이사한 이후로는 영상 찍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쭉 보고나니 카메라를 들고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이 넘쳐난다. 친구가 유튜브에 vlog를 올리는 걸 봐서 그런가. 뽐뿌가 어머어머해서 계정만 후딱 파놓고 영상 정리만 끝냈다. 조만간 소득이 있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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