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도 되었겠다, 일은 잘 안구해지겠다, 날씨는 비바람이 몰아치겠다
의욕이 잘 생겨나지 않는 요즘이다.
공부하겠다던 것들도 잘 안보게 되고, 자기관리 또한 망가져가는 시즌인 듯 한데
우연히 칼버리 당일치기 여행팀에 끼게 되었다. 형 둘과 누나 한 명과 함께하는 칼버리 당일치기 여행!
칼버리는 퍼스 북부에 위치해있다. 500km정도 되는 거리때문에 주로 1박 내지 2박으로 놀러갔다오는 코스로 짜여져있다. 란셀린에서 샌드보드를 타고, 피나클스에서 사막을 보고, 쥬리안베이에서 스노쿨링을 하고, 칼버리 올라가다 핑크호수를 보고, 칼버리 국립공원에서 Nature's Window를 보는 일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용감한 사람들이기에! 딱 세 개의 목표만 정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Nature's Window를 보는 것, 핑크호수를 보는 것, 피나클스에서 은하수를 보는 것!
그렇게 우리는 아침 8시, 시티에서 모여 렌트카를 픽업한 후 출발했다.
중간에 지나가는 쥬리안 베이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센스있는 형과 누나가 이미 점심 먹기 좋은 곳을 찾아오셨다고. 덕분에 큰 고민 없이 맛있는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칩스가 조금 짜긴 했으나 그걸 커버할 만큼 파릇파릇하게 튀겨나와서 매우매우 만족쓰. 피쉬버거는 뭔가 건강한 맛이였다.
가는 내내 비바람에 차가 흔들린적도 있고, 쩅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만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핑크호수 색이 잘 나올까, 국립공원에 갔을 때 비가 오진 않을까 고민했다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운전하는 것 뿐. 퍼스에서 5시간을 올라가야 도착하기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첫 목적지였던 Nature's Window. 당연히 칼바리 국립공원을 간 후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구글맵에 칼바리 국립공원을 검색하고 갔건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칼바리 타운 내에 있는 info center였다. 잠시 당황했지만 기왕 이렇게 타운까지 온 김에 바닷가 구경이나 한 번 하고 가기로 했다. 약 1시간정도 시간을 날리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부랴부랴 도착한 Nature's Window. 아무도 없을 것이라 예상했건만 중국인 관광팀이 하나 와있었다. Nature's Window 포인트에는 딱 이것만 존재하기에, 누군가 사진을 찍는다면 그냥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봐야하는 상황.
뭐 덕분에 나는 주변 풍경을 꾸준히 구경할 수 있었다. 협곡에 위치한 이 곳은 마치 무파사가 죽는 장면처럼 생긴 곳이었다.
사실 사람들이 파리 많다고, 파리 조심하라고 이야기 해서 코웃음 치고 갔었다. 우리 일행도 아무도 파리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갔지만....
검정색만 보면 달려드는 파리. 그냥 옷과 손, 발에도 많이 달라붙는다만 검정색을 특히 유난히 좋아하는 듯 하다. 아래 하버드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리가 인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파랑-보라 계통의 UV쪽이라고. 아마 그래서 검정색을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가 싶다. 뭐 여튼 파리 극혐. 만약 다시 저런 황무지를 가게 된다면 나는 꼭 파리망을 사갈것이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일몰시간이 6시 57분이었기에 잘못하다간 해가 지고나서 핑크호수에 도착할듯 했다. 큰형이 엑셀을 좀 밟아주신 덕분에 일몰보다 이른 시간에 호수에 도착. 호수는 정말 분홍색 그 자체였다!
지난 달에 왔던 친구 말로는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흰색(소금 결정)으로만 보이니 겨울에 가는걸 추천한다 그랬는데, 어제 오늘 내린 비 덕분인지 핑크빛 거울이 눈 앞에 놓여있었다.
사진을 찍어봤는데 아무래도 아쉬워서 신발을 벗고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망설이길래 '어짜피 평생중에 오늘만 올 핑크 호수인데 아쉬운걸 남기면 안될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다른 분들도 모두 호수 안으로 들어왔다. 저런 건방진 말에도 반응해주신 참 감사한 분들.
여기 핑크 호수는 Dunaliella salina라는 조류때문에 발색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조류는 호염성이면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를 만드는데 베타카로틴은 우리가 배워왔듯 동황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아마 붉은색+염분기의 하얀색이 섞여서 핑크빛 호수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혹시나 싶어 호수물을 먹어봤는데 역시나 짰다. 거의 바다물 만큼. 하긴 옆에 소금 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호수였는데 안짠게 이상한거겠지.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12시쯤 다시 피나클스로 돌아왔다. 혹시나 싶어 주차장에 들어가 하늘을 보았는데, 이럴수가. 그토록 많던 구름들 틈으로 은하수가 보이는게 아닌가. 마침 오늘 뉴문이 시작된지 하루밖에 안되었기도 해서 살짝 기대하기도 했는데 정말 보게될줄은 몰랐다. 계속 지지고 볶고있는 천둥번개가 무서워서 차마 멀리나가 사진을 찍진 못하고 그냥 차 주변에서만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다. 천둥 번개가 치는 은하수라니. 이런걸 언제 볼 수 있을까 싶다. (+별똥별도!)
정산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4시정도가 되었다. 20시간 여행을 하고 온셈. 눕자마자 뻗어서 오늘 오후 2시까지 잤다. 장거리 운전은 역시나 피곤하다. 특히 비바람에 차가 흔들리고, 동물들이 출몰했던 110km 고속도로라면 더더욱.
원래 오늘도 이력서를 제출하고 와야 했었는데 도저히 나갈 체력이 없었다. 롤이나 한두판 하고 푹 쉰 후 내일을 기약해봐야겠다. 어제 정말 열심히 살았으니 오늘은 좀 나이브해도 괜찮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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