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의 한숨을 딛고 일어나 이력서를 돌리고자 했다.
근데 오전에 차량 브레이크오일 교체를 받고나니 통장 잔고가 3천대를 마감하려고 그러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쉐어메이트로부터 들었던 퍼참이 아닌 다른 카페, '퍼스 한인 잡'을 찾아보니 집 근처 스시집에서 구인공고가 올라온 것이 있었다. 부랴부랴 메일을 보냈더니 오후 4시에 인터뷰를 잡아주었다.
자동차 정비가 끝나니 이미 오후가 되버렸다. 대부분 리셉션은 3시까지 운영하기에 조금이나마 이력서를 돌려보고자 했다. office works 몰리지점으로 이동, 이력서를 잔뜩 뽑아들고 베이스워터쪽 공장지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약 한시간반정도 공장지대를 돌아다녔고 9개의 이력서를 건내주고 왔다. 신기하게도 이쪽 공장지대의 특징은 자동차, 제철쪽 회사들이 많이 밀집해있다는 것. 자동차쪽은 Smash Repair는 정말 흔하디 흔하게 널려있고 튜닝샵이라던가 폐차장도 간혹 보였다. 제철은 알미늄 생산 공장부터 시작해서 프레임 공장, 울타리 공장처럼 제작라인도 있었지만 철강 폐기 회사도 몇 개 있었다. 용산전자상가마냥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는 관계처럼 보였다. 사고난 차량 부품을 바로 옆에서 폐기한다던가.
덕분에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발 밑에 모래만 깔렸다면 매드맥스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정도. 고장난 차들이 층층이 쌓여있고 그 옆에는 녹슬은 철강들이 뒹굴고 있었다. 다른 공장지대와는 달리 유색인종이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레드넥같은 백인들만 보였다.(편견일 가능성이 100%다.) 내가 생각했던 큰 규모의 회사는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공방 수준의 작은 공장 위주라 이력서를 건내주기가 껄끄러운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이력서를 아에 안받는다는 곳도 몇 군데 있었으며, 거의 대부분은 지금 사람을 뽑진 않지만 이력서는 받아놓겠다고 이야기했다. Alloytech라는 알루미늄 제작공장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것 저것 물어봐주었는데 참 감사하더라. 한국인 몇명이 이미 일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신기하기도. 이런 곳에도 한국 사람들이 일하러 오는구나 싶었다.
3시를 넘기니 사람이 모두 사라진다. 마침 벌꿀공장이 보여서 들어가는데 이제 막 퇴근하는 노동자(흑인, 40대)가 있어서 잠깐 이야기를 했다. today's worst reception 상을 수여받은 리셉션으로부터 개같은 대우를 받았고, 덕분에 1분도 안걸려서 공장 밖으로 다시 나왔다. 아까 그 노동자가 마침 내 차 옆에 주차된 자기 차에서 신발을 갈아 신기에 '너 왜이렇게 빨리나왔냨ㅋㅋ' '몰랔ㅋㅋ일자리 있냐고 물어봤는데 꺼지래' 등등 자조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기분전환을 했다. 그래도 이제 이런 푸념 정도는 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뭐 그랬다.
오후 4시에는 스시집 인터뷰를 보았다. 한국인이 많으려나....하면서 갔는데 이럴수가. 육안으로 보이는 직원 여섯일곱명은 모두 한국인이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매니저와 10분정도 인터뷰를 진행, 내일 트라이얼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스시집을 가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 지금 내 답은 No.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한국인만 있다 : 나는 영어를 쓰고싶다. 키친에서 한국인들이랑 일하는데 영어 쓸 일이 있을까? 전혀.
2. 페이가 적다 : 시급은 20불. 근데 주말 출근의 경우 +1불 해준다고 한다. 1.5배나 오버페이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캐쥬얼의 경우 적용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래나 뭐래나.
3. 주말 출근을 해야한다 :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한 주에 5회 출근을 해야하지만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해야하는 날에 들어간다.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야하는 나로써는 꽤나 리스크가 큰 상황. 일요일을 고정적으로 빠질 수 있냐 물어보니 그렇다면 토요일에 매주 근무해야할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호주에 온 목적이 돈과 영어도 있지만 제1목적이 쉼과 여행이라는걸 깨닫자 더이상 여기서 일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1번과 2번은 한인잡의 단점이었고 3번은 식당의 단점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있다. 집에서 워낙 가까웠던 것도 있고 스시집에서 뭘 배우면 적어도 공장에서 일하는 것 보단 한국가서 쓸 일이 많겠거니 싶은 마음. 그래도 지금 당장 나에게 직장이 막 세상 급한게 아니기에, 조금 더 좋은 조건의 오지잡을 찾아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트라이얼 자체도 아에 안가려고 한다. 아침에 연락해서 못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야지. 내일은 웰시풀, 쿠데일쪽 공장을 돌려볼 예정인데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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