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된지 3주째에 들어섰다. 마음에 안드는 생각들이 많으니 노래 하나 틀고 시작해야겠다.
장국영의 Thousand Dreams of You는 진짜 들어도 들어도 명곡이다. 올드재즈스러운 혼사운드와 맛깔나는 보이스, 적당히 그루비한 드럼과 피아노까지. 오늘처럼 혼술할 때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닐까 싶다.
돈은 3천불정도 있어서 한 달 정도는 놀아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최근 공장들이 한국인 채용을 꺼려한다는 소문들이 근근히 들려온다. 요 근래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지만 연락이 없는 것도 이때문일까...? 믿었던 소시지공장마저 떨어지고, 여러모로 콱 막힌 느낌이 들긴 한다. 앞으론 어떡하지, 남은 기간을 살려면 돈이 필요한데, 이번주만해도 200불 넘게 쓸텐데 등등.
나름 행복을 찾아 온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서핑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다니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데 이상하리만큼 해만 지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낮엔 참 행복하다가도 밤만 되면 괜히 힘들어진다. 한국에서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요즘.
사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이력서 출력을 한 후, 공장지대를 하나씩 돌리려고 하는 계획을 가졌다. 실제로도 아침에 일어나서 옷까지 다 입었고 나갈 준비를 다 끝냈지만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하나를 정주행하는 바람에.... 나는 나를 잘 안다. 이런 드라마 하나를 완전히 끝내놓지 않으면 그 생각에 푹 빠져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그냥 오늘 하루종일 책상에서, 침대에서 드라마를 시즌 2까지 끝내버렸다. 잘 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시간에 영어공부를 했으면 더 잘했겠거니 싶지만, 그래도 미련은 없게 다 봐서 다행이다. 적어도 내일은 넷플릭스를 보지 않겠지.
사실 요즘 꿈에 자꾸만 전여자친구가 나온다. 이삼일에 한 번은 꼭 등장해주셔서 아침마다 내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다 정리가 된줄알았는데 솔직한 나의 내면은 그렇지 않나보다.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자꾸만 그립나보다. 일을 해서 몸이 힘들었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텐데 싶은데 안타깝다. 덕분에 매일 밤마다 잠에 들기가 쉽지않다. 하수구 드링킹 취급받고있는 분다버그럼을 수면제로 삼은지도 꽤 되었다. 침대에서 '오늘은 꿈을 꾸지 않길' 소원하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냥 꿈에서 보이는 내 모습, 그 친구 옆에만 있어도 즐거워하는 내 모습이 지금 이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들다. 근데 뭐 어쩌겠어. 그것도 내 무의식의 일부겠거니 싶다.
이런 삶이 요즘 잦아지는 것 같다. 나쁜 삶은 아닌데 나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그냥 '일상'. 이 곳에서의 삶이 일상으로 느껴지는 지금, 나는 워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1년을 살려고 왔는데 당연히 일상으로 느껴져야하겠지만 나는 왜 이 일상스러움을 거북해하고 있는걸까. 워홀에 대한 내 목표 설정이 전혀 없었기에 더더욱 그랬던걸까. 반년만 있어도 지겨워질것이라고 이야기하던 친구가 떠오른다. 그 친구는 이런걸 생각하고 말했던걸까.
난 요즘 코로나가 없었으면 한국에 금방 갔을꺼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코로나때문에 귀국이 늦춰졌다는 듯이 말한다. 한편으로는 다행인듯 싶다. 요즘 정말 한국 생각이 자주 나서 백수인 지금 상태로는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몇 번은 드는 듯 하다. 그래도 천재지변이 ㅋㅋㅋㅋ 나를 여기에 묶어두니, 일단 내 상황도, 국제적 상황도 해결되길 바랄 뿐.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거니 싶다.
요즘 상대적 박탈감? 자존감? 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인스타만봐도 그렇다. BMW를 타는 형을 보며 '저런걸 탈 사람이 아닌데...'라고 되뇌인다던가. 이러지 않았는데 그릇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다. 예민한 시기인만큼 좀 더 셀프 컨트롤에 힘 써봐야겠다. 잘 해보고싶은데!! 잘 살고 싶은데!! 행복해지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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