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일이다. 세계인의 휴일인 크리스마스이지만, 여기는 왠지 그런 분위기를 느끼긴 힘들다. 아무래도 남반구여서 그러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라고 해봤자 별 다른 것은 없어보인다. 퍼스역 주변에 작은 놀이공원(80년대 켄자스지방에 있었을것만 같은 분위기다)이 들어섰다는 것을 제외하고선 크리스마스 정취를 느끼기가 어렵다.
요즘 엥겔지수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제 회덮밥을 먹은 이후로는 상점들에서 파는 밥이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하기 시작했기 때문. 호주를 올 때 한국에서 방어를 못먹고 온 것이 아쉬웠었는데 회덮밥 덕분에 깔끔하게 잊을 수 있었다. 노스브릿지에 있는 is donburi였는데 맛도 좋고 값도 싸고! 심지어 양까지 많았다. 혜자혜자해.
한편 오늘 먹은 고기는 스테이크용 고기는 아니지만 스테이크처럼 구워서 가니쉬와 써니사이드업, 홀스래디쉬와 함께 먹었다. 밥 반찬들이 냉장고에 많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오늘은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뭐.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교회를 다녀왔다. 모교회에서는 30분짜리 칸타타를 자주 보여주곤 했는데, 여기는 학생들 무대와 장년부 무대가 같이 준비되어있었다. 이런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예배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다니던 교회에서만 경험해본 것 같다.
교회 안에서 감사했던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떠올리다보니 자꾸만 흥이 난다. 익숙한 곡들을 듣다보니 자꾸만 과거 사역을 하러 다녔을때의 모습이 떠올라서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참여하고 있었던 마니또. 내 이름을 뽑은 친구가 나에게 편지와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매번 생각해보지만 참 감사하고 미안하다. 어떻게 생면부지의 사람을, 심지어 1년 후면 떠날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줄 수 있는 것일까. 미안한 마음에 그냥 앞으로 더 자주 보고 많이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왔다. 이 교회에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p.s. 1 교회에서 동갑내기 워홀러를 만났다. 버벌진트를 닮은 그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2 교회에서 본인의 지정석이니 비키라고 말하는 60대 아저씨를 보았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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