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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29, 30] 박싱데이, 퍼스 냉면, 피나클스 은하수, APG 인덕션

어제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온 관계로 이틀치를 몰아서 쓸거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들이었기에 말이 많아질 느낌적 느낌이 벌써 든다.

 

박싱데이는 빨간색 장식인가보다. 어딜가나 빨간색 할인 표시들이다.

12월 26일 크리스마스는 호주에서 '박싱데이'로 불리운다. 블랙프라이데이급으로 할인을 한다고 들었던지라, 내 오래된 노트북을 처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 현지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악성재고 할인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로트트립을 가는 팀에 들어갔지만, 호스트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아침 8시에 로드트립이 취소되었다. 어쩌지 싶다가 근처 웨스트필드로 박싱데이 구경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나의 목표는 신발, 막 입을 옷, 그리고 썬글라스. 내 써니(호주에선 썬글라스를 써니라고 하더라)는 로트네스트 어디선가 잃어버렸다. 엄마가 호주간다고 선물해준 귀중한 썬글라스였지만 일주일정도 마음앓이를 했더니 이제 새 친구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 

나이키, JD, 여러 편집샵(커스텀샵도 간간히 있다)을 둘러보았지만 그렇게 매력적인 가격의 상품은 보이지 않아 패스. 막 입을 옷은 정말 막 입어야 할 것 같은 옷들만 있기에 패스. 썬글라스나 봐야겠다 싶어 썬글라스 전문점을 갔더니 600불짜리 구찌 라인업들이 있어 패스. 뭐 결국은 한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Le Specs 썬글라스를 70불에 건졌다. 가볍고 마음에 들어!

 

주차장 만차는 처음 본다.

아침 7시 반에 도착한 캐로셀은 생각보다 한산했었다. 주차 자리가 워낙 넉넉해서 '박싱데이 오늘 아닌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이윽고 사람들로 가득차버리는 쇼핑몰을 보니 금새 생각을 바꾸었다. 9시쯤 집으로 돌아가려 나왔더니 이미 모든 주차장은 만차. 대략 1000대정도가 주차할 수 있을 것 같은 사이즈인데 다들 품에 한 봉다리씩 가져가는걸 보니 행사는 행사 맞나보다 싶었다. 가전, 게임쪽이 할인을 많이 하던데 나중에 돈 벌면 고민해봐야지.

 

호주에서 한국식 비냉 물냉을 먹다니. 감격 또 감격

집에 와서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있다보니 마스터 이모님께서 냉면 먹으러가자고 하신다. 멀지 않은 곳에 필빈(phill bean) 이라는 한식집이 있는데 거기 냉면이 그렇게 끝내준다고. 안그래도 밖에 나갔다와서 엄청 더워하고 있었는데 냉면이라니, 팍 땡겨서 씻던 쌀을 내팽겨두고 나왔다. 

 

어찌 훌륭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비냉까지 깔끔하게 클리어했다. 1인 2냉을 퍼스에서 해볼줄은 몰랐네. 먹으면서 이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역시 호주 짬이 있으신 분이다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가끔 기회가 되면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Google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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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할 것이 없다보니, 혹시나 당일치기 로드트립이 있을까 싶어 퍼참을 들락날락 해보았다. 그런데 운명처럼 피나클스 별보러 가자는 로드트립 글이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보자마자 연락을 해서 5시에 시티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곤. 그 유명한 타짜의 곤이와 이름이 같으신 분이 호스트였다.

무어리버에서 일몰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갔더니 피나클스에 도착한 것이 11시? 정도 되었다. 야식으로 챙겨온 라면+맥주를 근처에서 해먹으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눈을 위로하면 과학관 천문관처럼 되어있는 쏟아지는 별들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 

 

 

감탄 그리고 또 감탄. 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1시가 넘어버렸다. 시티로 다시 돌아오니 2시반쯤. 집에 내려주시니 3시가 되었다. 내일 9시에 APG 인덕션이 있는지라, 불안함에 가득차 사진정리도 하지 않은 채 후딱 자버렸다. 

 

 


일어나자마자 꾸역꾸역 씨리얼을 먹어 잠을 깨웠다. 다행히 인덕션 시간에는 늦지 않았다. 대략 15명정도가 오늘 인덕션을 보러 왔는데 동양인은 나와 대만인 3명을 빼면 전혀 없었다. 핸드북 수준의 규정집을 설명해주는데 직원이 매우 피곤했는지 계속 하품을 하면서 이야길 했다. 나중에는 귀찮았던지 pass.... pass.... 라고 읊조리면서 건너뛰기까지. 외주의 한계란 이런 것일까. 

 

근데 막상 오늘 인덕션에 가보니 factory가 아닌 farm으로 우릴 보낸다고 한다. 나는 분명 저번주에 농장 갈 생각이 없을을 명백하게 밝혔기에, 뭔가 착오가 있겠지 싶어 '혹시 내가 가는 곳이 오스본파크(공장이 있는 곳)에 있는 시설이냐' 라고 물어보았지만 'ㅇㅇ 좀있다 메일로 안내해줄게 ㄱㄷ' 이라는 말만 들었다. 

 

그리고 메일을 받았다. 

인어피스...

Baldivis Farm에 내 이름이 올라가있다. 분명 오전엔 Kido Hatchery로 지정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새 바뀌었나보다. 근데 저 농장, 저번주에 저 사람이 직접 지도에서 나에게 보여줬던 곳이다. 우리집에서 차로 40분 걸리는 곳이다보니 나는 가고싶지 않다고 분명 이야기했는데!! 두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근데도 나를 저리로 배정한 것이다.

 

딥빡이 온 나는 바로 장문의 이메일을 선물해주었다. 내가 저번주에 말한 것을 까먹었냐고. 나는 이렇겐 못한다. 뭐 이런 이메일. APG는 손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들었다. 그냥 돌쏘냐쪽이나 준비해봐야겠다 싶다. 

 

그래도 오늘 기분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어제 샀던 썬글라스 케이스를 피나클스에서 잃어버렸는데, 혹시나 싶어 구매지점에 다시 방문해서 하나 더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ㅇㅋ 너님에게만 특별히 드릴게' 하면서 냉큼 주는것! 아직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 다행이지 아주. (if that's OK 라는 호주식 표현을 써서 그랬을수도!) 이럴땐 어려보이는 동양인인게 좋은 걸수도 있겠다 싶다. 

 

근데 하루종일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 큰 기대 안한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많이 기대했나보다. 내일부터 다시 정신차리고 이력서 정리하고 해야겠다. USB도 새로 샀고, 날씨도 요즘 나쁘지 않으니 힘을 좀 더 내볼까. 1월 안에 취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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