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한 주 내내 쉬프트가 잡히지 않았다. 설상가상 날씨도 39도 40도를 찍는지라 어디 나가기도 뭐하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호주에 온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내 멘탈이 많이 약해졌음을 새삼 느낀다. 워홀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나 생각도 든다. 오늘은 내가 흔들리는 원인들에 대해서 정리해보자.
1. 외로움
되게 외롭다. 이번 주는 평일 내내 혼밥을 했으며 말 하는 것이라고 해봤자 공장에서 스몰톡하는 정도 뿐이다. 그나마 필리핀 아재 에밀과 말을 자주 하긴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다. 애초에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일주일 내내 아봉을 당하는 느낌.
다른 사람들은 한인 쉐어에 살면서 쉐어메이트끼리 놀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러는데, 내가 지금 있는 쉐어하우스는 그게 참 어렵다. 이미 두 사람 다 여기 루틴이 만들어져있는 상태이며 한 명은 낮밤 근무+학교 덕분에 볼 일이 거의 없으며 나머지 한 명도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 근무시간도 나와 다르며 심지어 낮을 가리는 성격이라 교류하기가 어렵다. 물론 내가 더 노력해서 그들과 친해질 수 도 있겠으나 몇 번 대화도 해보고 같이 먹기도 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생각보다 다가가는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로트네스트와 피나클스 투어를 다녀왔을 때, 나는 그 투어 멤버와 친해질 수 있을줄 알았다. 밥도 같이 먹고, 하루를 꼬박 같이 보냈으니 앞으로도 연락하면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여행 모임은 일회성 친교에 가깝지 않나 싶다.
일요일 교회에 가서 이야기 하는 것이 일주일의 대화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노력하는데 교회 사람들은 워홀러가 거의 없는지라 공통 분모를 찾아 이야기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꾸준히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이젠 일요일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서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친구라곤 교회 친구, 같이 일했던 형, 대만인 친구 이렇게 셋이 전부다. 내 인간관계가 이렇게 축소되니 나 또한 축소되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사실 저 셋에게 모든걸 다 쏟아도 부족할 수 있는 사람이 난데.
2. 성장 가능성
여기의 하루 중 대부분은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근데 그 시간동안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곤 잠깐잠깐의 스몰톡 이외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시스템적인 부분들과 웨스턴 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 등이 흥미로웠던 것도 잠깐이었다.
돈은 적게 주지만 차라리 키친핸드를 가는 것이 나한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포크리프트 자격증을 따봐야하나 싶기도 하고. 여러 고민들이 많이 든다.
영어 공부를 하러 왔다고 생각하려 해도 실질적인 영어 공부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물론 실제 대화를 통해서 배우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가적인 부분일 뿐, 그것을 개선하고 반영하는 것은 내 공부시간에서 오는 것임을 느낀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 서울 집에서 편안하게 공부하고, 외국인들과의 만남을 자주 가지면 되지 않을까? 글로벌 게임이라던가 밋업이라던가.
3. 그리움
내가 한국을 그리워 할 줄은 몰랐다.
해외에 꽤 많이 나가는 봤지만 체류했던 경험이 없어서 그런걸까. 이 그리움의 감정이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마신다는 이야기가 들려올때마다, 엄마아빠가 가끔 사진을 보내줄 때마다, 한국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이 그립다.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은 한인식당에서 해결하고 있지만 그걸로는 이 감정이 해결되진 않는 듯 하다. 가끔씩 한국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는 내 자신을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뭐 어찌되었던 지금은 약 두 달 정도 놀고먹어도 되는 돈이 내 수중에 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싶다. 이번 주에 정말 일하러 오라는 연락이 안온다면, 다음 주부터는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봐야겠지. 그때까지는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생각해보자.
그리고 아무리 빨리 귀국한다 해도, 한국의 여름은 지나고 들어가고싶다. 7-8월 한국은 오늘 여기보다 더 덥고 습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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