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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117] 호주 탈출기1. 퍼스-발리-인천 행은 가능할지?

말 그대로다. 호주는 이제 락다운이 실시되었다. 필수시설인 병원과 약국 등을 제외한 비필수시설은 모두 영업을 정지하였고, 식당은 테이크어웨이만 허락되었다. 

 

 

Aged care facilities may be put in 'lock down' if COVID-19 outbreak worsens, says PM

Aged care facilities could be put into "lockdown" if the COVID-19 threat continues to rise, the prime minis...

9now.nine.com.au

 

전염성 바이러스를 전공하고 있는 김모 박사형과의 통화를 해보니 지금 이 상태가 1년 이상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집에 전화를 해보니 당장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엄마와 자식들을 유학보낸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좀 더 고민해보자고 하는 아빠. 그리고 무엇보다 멘탈이 깨져가고 있는 나. 행복해지겠다고 호주를 왔는데 지금 상황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회사에선 인종차별을 당하고, 밖에 나가서 사진찍고 드론 날리기도 무서운 상황이니 그저 내 방에서 넷플릭스 보고 게임하고 기타치는게 전부. 이건 아니다 싶어 2차 탈주를 감행하기로 했다.

 

 

<22일 12시>

가족과 박사형, 중국에 있는 친구, 워홀 왔던 친구와 차례대로 통화를 했다. 여기 남아있어봤자 할 수 있는것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티켓을 구해보았다. 전체적인 티켓 가격대는 1000~1500불 정도. 아직 차를 팔지 않았던 나로써는 1주일 정도의 시간이면 차도 정리할 수 있겠거니 싶어 다음 주 월요일(30일) 티켓을 770불에 구매했다. 경로는 퍼스-발리-인천이며 가루다항공을 공홈에서 예매를 했다. 

 

<22일 13시>

호주 전역에 락다운이 실시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24일 화요일부터는 WA주의 국경 봉쇄가 시작된다고 한다. 출국도 봉쇄하는건가 싶어서 급하게 주호주한국대사관에 연락을 해봤으나 '일요일이여서 지금 확인했다'며 '확신있게 말씀드리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티켓을 변경해야하나 싶어서 가루다 공홈을 들어가봤지만 티켓값이 F5를 누를때마다 올라가는 기적을 보았다. 700불이 800불, 1000불이 1500불이 되어가는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가만히 있을 순 없겠다 싶어서 퍼참과 검트리에 차량 판매글을 올렸다.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호주에서 인도네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에 대해 공지가 올라와있었다. 슥 보니 Health Certification은 필수적이고 VISA는 필요할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단 내일 GP에 가서 진단서를 띄기 위해 Health Engine이라는 호주 병원 예약 앱을 통해 집 근처 GP를 예약했다. 다행히 내 티켓에는 자가환승에 대한 안내가 써있지 않아 내 비자는 보험이겠거니 생각했다.

얼마나 호주에 있는 한국인들이 많이 물어봤으면 공지를 올렸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공지가 패닉의 증거가 아닐까.

<22일 15시>

퍼참에 올린지 한 시간도 안돼서 차량 구매문의가 왔다. 대신 살고있는 쪽으로 와달라는 요청. 지금 급한건 판매자지 구매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바로 움직였다. 2500불에 올렸던 차량은 운전병 출신인 구매자에 의해 낱낱히 약한 부분을 드러냈으며 결국 1900불에 낙찰되었다. DoT에서 서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내일 하기로 이야기했다. 차량을 먼저 픽업해가도 되냐 물어봐서 내가 더이상 돌아다닐 일이 없을거라 생각해 그냥 OK해줬다. 

딜 하는 동안 검트리를 통해 3건의 메시지, 1건의 통화가 왔다. 확실히 2500불에 2004년식 19만키로 캠리를 넘기는건 솔깃한 제안이였나 싶다. 조금 아쉽지만 그냥 후딱 판매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더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적토마와 마지막 컷.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22일 20시>

물건 정리를 시작했다. 그동안 1년살이를 위해 꿍쳐놨던 갖가지 물품들을 헐값에 판매하거나 나눔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눔으로 올린 물건들은 10분도 안되서 모두 다 나갔는데 신기하게도 곽티슈를 나눔했던 분이 김치(....?)를 가져다주셨다. 구하기 힘든걸 나눠줘서 고맙다며... 이런 한 명 한 명이 있기에 또 살아갈 맛을 느낀다.

 

<23일 08시>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전혀 없었으나 왠지 다시 잘 수 없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완전히 막혔으며 타이항공이 캔슬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 발리행은 큰 변동이 없는 듯 했다. 간단하게 운동을 하고 11시 GP 예약을 기다리면서 동네 산책을 했다. 새소리와 비행기소리만 들리는 주택가가 을씨년스럽게만 느껴졌다.

 

포스트아포칼립스 마냥 사람이 1도 없다. 평소에는 아이들이나 화단 가꾸는 사람이 꼭 있었는데....

 

<23일 11시>

예약해놓았던 GP를 방문했다. 15분 상담을 진행했으며 '열 없음, 기침 안함, 여행 가능함' 이라는 문구의 종이 한 장을 받기 위해 65불을 지출했다. 메디케어가 있냐고 물어보고 가격을 말해주는 것으로 봐서 메디케어가 있으면 가격이 꽤나 합리적이였지 않았을까 싶다. 신기한건 리셉션이나 의사나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유지만 한다는 것. 이 사람들 진짜 미친거 아닐까? 시드니 간호사들은 마스크가 없어서 못쓰고 있다는데....

 

리셉션에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라며 노란색 라인을 만들어놨다.

 

<23일 12시>

발리를 경유하는데 비자 이슈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있었다. 그런데 퍼참에 퍼스 CBD에 있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았다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60불정도밖에 안한다고 하길래 그냥 점심 바로 먹자마자 가야겠다 싶었다. 준비물을 보니 항공권 티켓, Bank Statement, VISA Status 등등이 필요하단다. 어짜피 인쇄도 해야했으므로 East Perth의 Officeworks를 들려 인쇄를 하고 대사관을 가는걸로 동선을 짰다.

 

아. 오늘 원래 차량 인계자와 DoT를 가기로 했는데 오늘 말고 내일 가도 되냐고 물어본다. 나는 상관 없어서 일단 OK.

 

<23일 14시>

오픈시간에 맞춰서 대사관에 들어갔다. 거기서 한국인 세 명을 만났는데 나와 동일한 티켓을 가지고 온 워홀러 두 명, 티켓을 아직 못구한 관광비자 한국인 한 명. 관광비자분은 여행왔다가 발이 묶인 상황이였으며 워홀러 두명은 동부에서 코로나를 피해서 퍼스로 왔는데 상태가 심각해지자 떠나려는 상황이라고 했다. 

넷이 한 명씩 대사관 직원과 상담을 진행했지만 안타깝게도 비자 발급 업무는 오전에만 진행한다고 한다. 이해가 1도 안되지만 어쩔 수 없기에 물어보고싶은 것들을 하나씩 물어보았다. 

 

- 비자 필수인가 / 입국심사대를 나갈 경우(=자가환승)에는 필수다

- 비자 준비물은? / 비행기 티켓+Health Certification (7일 이내) +VISA Status+VISA Application Form (대사관에 놓여 있다)

- 비자 근무는 몇 시부터 진행하는가? / 9시 반에 와라

- 내 티켓이 자가환승인지 확인해줄 수 있는가? 내 티켓엔 안써있다 / 확인해줄 수 없다. 나는 그냥 공무원일 뿐이다.

- 13시간 환승이 자가환승을 의미하는가? /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발급하는걸 추천한다.

- 영업일 기준 5일인데 내일 신청하면 내 비자는 늦게 나오는게 된다. 괜찮나? / 확실하게 말해줄 순 없다. 하지만 우리도 긴급상황인지라 일을 평소보다 빠르게 처리하고 있기에 너가 내일 오전에 신청한다면 아마도 너의 월요일 티켓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들 한 마디씩 물어보고 대사관 앞에서 짧은 모임을 가졌다.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정보를 같이 나누자고. 근데 워홀러 두 명은 트립 닷컴에서 티켓을 구매했다던데 나와 동일한 경로임에도 불구하고 자가환승을 해야한다는 경고가 떠있었다. 나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 일단 위험수준이 많이 올라갔음을 느꼈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일단 내일 오전에 대사관에서 만나자며 헤어졌다.

 

<23일 16시>

관광비자 한국인분에게 전화가 왔다. 비행기표를 구했으나 내가 구한 것과는 달리 가루다-가루다 환승이 아니라 에어아시아-가루다 환승으로 구매를 했다고 한다. 퍼스-발리는 에어아시아로 구매했는데 에어아시아는 캔슬 이슈가 워낙 많아서 걱정이 되는 상황....

그 분은 우리가 간 이후에도 직원이랑 다시 이야기해보았는데 계속 업데이트 되는 중이라 자기들끼리 회의를 자꾸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추후 룰이 바뀔 수 있다고는 하다만... 일단 지켜봐야할 듯 하다. 날짜가 딜레이 될 수 있어서 건강확인서를 받는 것 조차 딜레이하신다고 한다. 대사관 직원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준다고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 정보를 공유해주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내일 나도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공유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23일 17시>

한국인 두 분이 내일 아침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두 분은 아마 커플인 듯 싶다) 집이 리버베일 근처라고 하셔서 나를 픽업해주신다고 한다. 복받았네 김태우.... 이 시국에 호주에 있다는 것 빼고는 정말 복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밋업에서 만난 친구, 교회에서 만난 친구, 이렇게 우연히 만난 분들까지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다. 물론 인종차별하는 쓰레기같은 웨스턴 애들도 수도없이 만났다만 그건 담아두지 말자.

 

기타 구매를 하러 온다는 분이 이상한 주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기타 판매는 내일로 딜레이되었다.

 

<23일 20시>

옆 방 형이 내 방에 잠시 들렸다. 호주 온지 30일도 안된 형인데 영주권을 위해 타일러를 한국에서부터 준비하고 오신 분이다. 여기 와서도 장비네 차네 해서 2000만원 이상 쓴걸로 알고있는데.... 한국을 가야겠다고 이야기한다. 정보 공유를 해줄 수 있냐고 여쭤보시길래 당연히 OK.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는 코로나가 원망스럽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안타깝지만 건강이 먼저니깐....

 

인스타 스토리로 한국 귀환을 알렸다. 사실 교회 청년부 사람들에게는 한국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너무나도 미안해서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도망치는 느낌을 계속 받아서 목사님에게만 개인톡으로 연락을 드렸었다. DM으로 한국을 가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 이렇게 또 겁쟁이가 되는건가 생각이 든다.

 

다행히 티켓 구매 후 7일중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좋을텐데.... 제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다른 말을 하지 않길 바라며 기도메타에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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