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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r/19 Working Holiday in Perth, Australia

[D+122] 호주 탈출기3. 기도메타로 보내는 마지막 나날들 (퍼스-발리-인천)

출국까지 이틀 남았다. 대략 30시간 후면 공항에 있겠지. 이번 한 주 진짜 열심히 긴장했고 쉬지않고 달렸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호주, 한국, 인도네시아 대사관 페이지와 항공사 페이지, 호주 내 한국인 커뮤니티, 오픈카톡을 다 읽고 그날의 변화된 동향을 확인해서 적용해보고. 덕분에 호주 와서 없어졌던 불면증이 다시 생겼으며 몇 년 만에 스트레스성 장염이 도졌다. 그런 덕분일까, 운 좋게도 내가 선택했던 퍼스-발리-인천행 티켓은 (루머는 있었다만) 단 한 번의 데미지 없이 캔슬 되지 않고있다. 아마도 국가 단위의 락다운이 아니라면 한국을 갈 수 있을 듯 하다. 

 

인도네시아 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았다. 긴장감떄문에 토하는줄.

그토록 긴장했던 비자 문제도 해결되었다. 요즘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정부와 공항은 무조건 비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있지만 실제로 항공사 체크인하는 곳에서는 비자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보험겸 챙겨놓는 비자라고 생각하고 발급받았지만 여권을 제출했기에 그동안 얼마나 쫄려있었던지. 80불을 내고 마음의 안정을 얻은 셈 치려고 한다. 

 

DIDI 운행 확인 완료

향간에 들려오는 루머중 하나는 '우버와 디디가 공항쪽으로 운전을 하지 않는다더라' 였다. 특히 내가 차를 타야하는 시간은 새벽 4~5시인지라 혹시나 차를 불렀을 때 잡히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재할 수 는 없었다. 그래서 또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서 차를 배차시켜보았다. 어떤 사람이 루머를 퍼트렸는지는 모르겠다만..... 캔슬하는데 들었던 5불이 아까울 따름이다. 쒸익쒸익

 

27일 귀국하신 분이 보내주신 사진. 저게 실화인가...

27일 귀국한 분과 연락해보니 비행기 좌석은 두칸씩 띄어 앉게 되어있다고 한다.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거의 보호장비 풀 장착을 하고 비행기를 타신 분도 계신다. 말레이시아-발리-인천행을 밟은 한국인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있기에 나도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공항과 비행기에서 24시간 넘게 있어야하는 상황인지라 마스크를 무리해서라도 구했다. 비록 부직포 마스크이지만 개당 2불에 어렵사리 구해서 쟁여놓고 있다. 밖에 나갈때는 사람 없는곳으로만 다니고 최대한 집콕만 하다가 그냥 남은 것들 다 공항에서 털어써야겠거니 싶다. 

 

 

무엇을 하면 덜 아쉬울까 고민하고 고민하다 옆방 형이랑 1일 1스테이크를 해먹기로 했다. 

 

그 유명한 호주산 와규. 저 한 덩어리가 2.7만원정도밖에 안한다.

늘 먹던 스테이크보다 한 단계 올려서 먹는 재미. 이전에는 할인하는 고기도 먹고, 그냥 오이스터블레이드도 먹고 그랬는데 어짜피 가는 상황이고 환율도 뚝 떨어져있었으니 비싼 것좀 먹어보자 싶어서 와규도 사보고, 앵거스 생고기도 사보고 그랬다. 칩거하면서 단백질 섭취를 팍팍 올렸더니 살이 부쩍 찌는 느낌. 다행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실제로는 살이 찌지 않았다ㅋㅋㅋ 다행이라면 다행.

 

내가 사랑했던 퍼스의 해질녘 구름

아쉬운 것 없게끔 하려고 노력했는데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산책도 두 시간씩 해보고, 조깅도 해보고, 교회 청년부에게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점점 날이 가까울수록 아쉬움이 커진다. 이별하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만 이번 역시 마찬가지인듯 하다. 예정되어있지 않은 이별이 나에게 주는 데미지는 꽤나 크게 다가오나보다. 여기 친구들과 연락하는게 좋으면서도 미안한 느낌. 외국인 친구들이든, 한국인 친구들이든 나만 떠나는 상황이다보니 자꾸 미안하기만 하다. 

여기 퍼스는 흔히들 말하는 '구남친/구여친' 같은 존재로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아름다웠고 사랑했었고 내 삶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바뀌어서 기억 어딘가에서 나를 지탱하고 있을듯한 느낌. 

 

올 때 5000불을 들고왔는데 오늘 계산해보니 5500불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500불 벌고 4달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후회는 없다만, 아쉬운 마음은 어찌 달래야할지. 술도 다 떨어졌는데 오늘은 요리용으로 쟁여둔 화이트와인이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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